천지여행을 가다
천지여행을 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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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장)
지난 7월초 친구들 모임에서 백두산 천지여행을 다녀왔다. 우리의 땅을 밟고 오르지 못하고 중국 땅을 밟고서 백두산을 오르면서 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를 염원했다. 이전에는 비행기를 두 번 타거나 버스로 장시간을 이동해야 백두산을 갈 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부산에서 연길 직항로가 생겨 다소 여행길이 편해졌다.

백두산은 화산활동으로 산이 백색의 부석(浮石)이 얹혀 있으므로 마치 흰 머리와 같다 하여 백두산(白頭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 첫날 가이드 말에 따르면 백두산은 날씨 변덕이 아주 심해 하루에 102번 변한다고 해 백두산이라고도 하고, 100번을 와야 겨우 두 번밖에 천지를 볼 수 없다고 해 백두산이라고 한단다.

우기철이라 행여라도 천지를 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이드에게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얼마냐고 물으니 12% 정도 된다고 했다. 여행 첫날 연길에서 약 4시간을 버스로 타고 백두산(중국에서는 장백산) 북파로 가는 길 창 너머에는 일제점령기 우리 조상들이 개간했다는 넓은 벌판과 들, 산위의 일송정과 유유히 흐르는 해란강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조상들인 고구려 땅이 아니던가. 이렇게 광활한 벌판과 산들이 남의 나라 땅으로 살아가야 한다니 마음이 아린다. 오전에 간간이 내리던 비는 그치고 이제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20%란다. 차로 평길을 달리듯 30시간 이상 산길을 달렸다. 남쪽산들은 대부분 발치부터 오르막인데 비해 이 산은 거의 평길에 가깝게 비스듬하게 가다 끝자락에선 구부렁 비탈길로 마치 용이 하늘을 차고 오르듯 짚차가 하늘을 오르는 느낌이다.

이제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60%란다. 아니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드는데 왜 100%가 안 되느냐고 따져도 일단 천지는 봐야 100%라며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이란다.

이 산 꼭대기에 저 넓은 바다 같은 천지,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해발 2500m가 넘는 산이 천지 주변에 16개가 있고 그 중 제일 높은 산은 북한에 있는 2749m 장군봉이다. 천지는 최고 수심이 373m에 평균수심이 204m이고 둘레길이 13.1km이다. 이 물이 흘러 높이 68m의 장백폭포(비룡폭포)가 된다. 백두산 천지 주변에는 풀이 없다. 온통 화산재가 타다 남은 것들로 이뤄진 부석이다. 몇 천년을 풀 한포기 없이 새까만 흙과 돌로 이뤄진 천지인데 어디서 저 많은 물이 생겼을까.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지하수가 올라온다고 한다.

이제 한 가지 소원을 이뤘다. 친구들이 평소 복을 쌓아서 그렇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여행은 우리에게 식견을 높여 주고 동료들 간에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한다. 또한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한낱 인간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깨닫게 해 준다. 아등바등 욕심내며 살아가는 내 자신을 뒤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김종식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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