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는 부족해’..방송가 복합장르 바람
‘하나로는 부족해’..방송가 복합장르 바람
  • 연합뉴스
  • 승인 201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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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코미디·호러까지 결합..‘잡탕장르’ 우려도

법정 로맨스 판타지 '너의 목소리가 들려'(왼쪽)와 로멘스 코믹 호러 '주군의 태양'

 
 
로코믹 호러. 고스트 멜로. 법정로맨스판타지. 생경한 단어들이지만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송을 앞둔 드라마들의 엄연한 장르 명칭이다. 단어에서 보듯이 기존 장르를 뒤섞은 복합장르가 방송가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의 장르로는 까다로워진 시청자의 입맛을 충족하기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로맨스는 기본..판타지에 호러까지 = 복합장르 드라마의 선두주자는 SBS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법정드라마에 로맨스와 판타지, 스릴러가 결합한 이 드라마는 전국 시청률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네 가지 장르가 섞였지만 장르 간 균열은 크지 않다. 박혜련 작가의 탄탄한 대본은 이종장르를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남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수하(이종석 분)를 중심으로 수하와 혜성(이보영)의 가슴 설레는 로맨스, 수하를 노리는 준국(정웅인)의 음모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극적 재미를 고조한다. 여기에 곳곳에 코믹한 상황을 끼워넣고, 법정물로서 사회적 정의의 의미를 묻는 역할도 잊지 않는다.

지난 11회는 전반부가 수하를 피고인으로 한 국민참여재판을 다루면서 법정물의 장르적 재미를 살렸다면 후반부에서는 수하의 진심을 느끼는 혜성의 모습을 통해 로맨스 드라마의 매력을 드러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후속으로 방송되는 ‘주군의 태양’ 역시 복합장르 드라마다. 소지섭과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로맨스에 코미디와 공포를 섞은 로코믹 호러를 표방했다. 인색하고 오만방자한 사장 주중원(소지섭)과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갖춘 여비서 태공실(공효진)이 사연 많은 영혼을 위로하는 내용을 그린다.

제작사 본팩토리는 “로코믹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로 극을 이끌어 가는 만큼 시청자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 채널 tvN이 이달 말 선보이는 월화드라마 ‘후아유’의 장르명은 고스트 멜로. 장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아닌 영혼이 드라마의 전면에 등장한다. 주인공인 시온은 6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 영혼을 보는 능력을 얻은 인물이다.
 
시온과 직접 보고 만진 것만 믿는 건우(옥택연)가 유실물센터에서 알게 된 안타까운 사연의 영혼들을 도우면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다. 이민진 PD는 “영혼을 보는 여자와 사람조차 믿지 않는 남자의 멜로가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주인공이 영혼과 소통하며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휴머니즘이 덧입혀진, 색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15일 첫선을 보이는 ‘시트콩 로얄빌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시트콤과 콩트가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로얄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시트콤의 형식을 빌린 콩트로 엮어내겠다는 게 제작진의 계획이다. 이밖에 최근 시즌 1을 마무리한 tvN ‘푸른거탑’은 시트콤에 의학드라마의 전형적 요소를 결합한 ‘군디컬’ 장르로 사랑받았다.

◇신선함으로 승부..“방향성 명확해야” = 복합장르 드라마의 등장에는 정통 장르물의 부진이 한몫했다. 지난 6월 막을 내린 MBC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는 본격 치정 멜로를 앞세웠지만 평균 시청률 10%에 만족해야 했다.

극의 중심축이었던 남자 주인공의 복수와 사랑은 진부한 통속극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새로운 재미를 안기는 데도 실패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월화극 ‘상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부활’ ‘마왕’의 뒤를 잇는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데다 톱스타 김남길, 손예진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지만 중반까지 이야기가 단조롭게 진행되면서 시청자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KBS 1TV 정통사극 ‘대왕의 꿈’도 10%대 초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특정 장르의 익숙한 분위기와 전개에 싫증 난 시청자를 공략하려면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움을 줘야 한다는 게 복합장르 드라마 제작진의 판단이다. SBS 김영섭 콘텐츠파트너십팀 부국장은 “시청자들은 밀도 있는 작품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며 “정통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쉽게 질릴 수 있는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는 점이 드라마의 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시청층을 포괄할 수 있다는 점도 복합장르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장르적 특성이 제대로 결합하지 않으면 드라마 전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복합장르가 ‘잡탕장르’에 그칠 수 있는 것.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반드시 멜로가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거나 장르별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전체 서사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죽도 밥도 아닌 작품이 되지 않으려면 명료한 방향성에 따라 장르적 특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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