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추출물 해충방제로 정성 쏟는 고추농사
식물추출물 해충방제로 정성 쏟는 고추농사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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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추밭 방제작업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며 장맛비가 잠시 그치자 무더위가 찾아왔다. 한낮 뙤약볕은 무쇠라도 녹일 것처럼 이글거린다. 일기예보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도 하기 전에 폭염주의보를 연일 쏟아냈다.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머물 때는 철 이른 폭염에 시달렸던 중부지방으로 폭염주의보 대신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폭염과 폭우는 기상이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장맛비가 그치자 할 일이 많아 졌다. 높은 기온과 습도는 병해충을 유발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비가 내리고 흐린 날이 많아지면서 농작물은 웃자라 연약해졌다. 제때에 손을 쓰지 못하면 병해충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맨 먼저 고추밭에 식물추출물인 은행탄화물과 매실탄화물을 섞어 유황 5%와 함께 각각 1000백으로 희석하여 뿌렸다. 천연물인 이들은 일반 화학농약과 달라 해충을 직접 죽이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질 않는다. 약효 지속 기간도 오래가지 않아 자주 뿌려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면적이 넓질 않으니 시험 삼아 올해 고추재배는 화학적으로 조제한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지어볼 참이다.

텃밭이랑 사이에는 풀을 맨지가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많은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지난번에 밭을 매면서 풀을 뽑아 멀리 버리지 않아 쌓아둔 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 크게 자랐다. 장마철인 것을 망각하고 한나절 햇볕에 마를 것으로 미리 짐작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직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넓게 뻗지 않아 괭이로 한 번 파는 것으로 쉽게 뽑을 수 있었다. 뽑은 잡초는 갈퀴로 쓸어 텃밭 밖으로 내다 버렸다.

봄에 심은 수박이 크면서 덩굴 사이로 불거져 나왔다. 수박은 꽃이 핀 후 50일 정도 지나면 익는다고 한다. 4월 중순에 모종을 사서 심은 후 따로 관리를 않았는데도 덩굴을 따라 곳곳에 열렸다.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먹기 위해서 재배한 것이라 작고 볼품이 없어도 괜찮다고 여귀며 열리는 족족 그냥 두었다. 주초에 열린지 오래된 것으로 추측되는 수박 한 통을 따서 집으로 가져와 잘라보니 아직 설익었다. 어머니께서는 닷새만 더 지나면 잘 익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붉은 빛은 덜했지만 맛을 보니 당도만 조금 모자랄 뿐 싱그러운 맛이 더해 먹을 만 했다.

주말에 집안 행사가 있어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수박을 따와 잘랐더니 이번에는 제대로 익었다. 모두 박수를 치며 맛있다고 했다. 수박 몇 통을 더 따와 이웃에도 나눠주고 작은 며느리 친정 가는 길에 들여보냈다.

수박과 이웃하여 심었던 참외는 수박과 달리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처음 심은 후 고라니가 내려와 놀이터로 삼으며 뽑아 놓은 것을 다시 심을 때부터 다섯 포기 중 두포기는 말라 죽었다. 나머지 세포기를 다시 심고 물까지 주었으나 자람이 더디고 잎에 병반까지 나타나 손을 놓아버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주말에 비예보가 있어 땅이 젖기 전에 파자며 그동안 뽑아 먹고 남은 당근을 수확했다. 지난 3월 중순에 심었으니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서 너 평에 불과한 면적에 심었던 당근이지만 그동안 뽑아서 나눠주기도 하고 처음 지은 농사치고는 잘 지은 것 같다. 오늘 남은 것을 수확하니 20kg은 넘는 것 같다. 날씨가 더워서 그랬는지 꽃대가 올라와 먹을 수 없는 것도 많았다.

열 포기 심은 오이는 매일 따도 딸 것이 생긴다. 대나무를 잘라 눕혀서 오이 덩굴이 타고 올라가도록 했던 것을 건너고 지나 맨 바닥을 기고 있을 만큼 자람도 빠르다. 덩굴이 무성해지면서 잎 속에 묻혀 일찍 발견하지 못한 오이는 누렇게 변해 노각이 되어 누워있기 일쑤다. 노각을 볶아 먹으면 더 맛있다고 가져가는 이웃이 있어 즐겁다. 밭일을 하다 목이 마르면 따 먹는 오이는 갈증을 달래주고 허기까지 면하게 해준다. 이래저래 요긴한 오이다.

옮겨 심은 들깨 모종이 뿌리를 내린 것 같아 호미로 풀을 맸다. 듬성듬성 심어야 가지를 크게 치고 수확이 많다기에 한 뼘이 넘도록 간격을 주었더니 잡초가 귀찮게 난다. 좀 더 크게 자라 그늘을 만들 때까지 관리를 잘해야 될 것 같다.

냉해를 입어 관리를 포기하다시피 한 배나무에 농약을 뿌렸다. 배나무 이가 극성을 부려 그냥 두면 이웃 과수원까지 피해를 줄 것 같아 이것저것 농약을 섞어서 쳤다. 꽃이 피기 전에 농작물 보험에 가입을 해 두었던 터라 몇 개 달린 과일에 봉지를 씌웠더니 그사이 실사를 하고 리본을 달아 두었다. 처음 지어보는 배 농사를 의욕적으로 전정도 하고 거름도 주었건만 자연재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정찬효 시민기자

고추밭 방제작업
초보농사꾼이 고추밭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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