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가 너무 더워요”
“엄마, 학교가 너무 더워요”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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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6월 초인가보다. 꼬마가 언제부터가 여름이냐고 묻기에 “봄은 3~5월, 여름은 6~8월, 가을은 9~11월, 겨울은 12~2월까지지”라고 했더니, 그럼 지금은 여름인데 왜 학교에서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냐고 되물어 할 말이 없었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의 여름이 과연 6월부터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매년 봄과 가을을 느끼고 깨닫기도 전에 어느새 여름이고, 겨울이다 보니 아이에게 숫자로 계절을 구분해 준다는 게 어리석은 것 같았다. 올해만 해도 겨울이다 싶었는데 갑자기 여름이 되다 보니….

대학은 6월 초가 되면 방학에 들어가 대학생들은 더위 속에서 수업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는 6월부터 방학을 하는 동안이 진정한 공부가 시작되는 시기라고도 했었다. 6월 초 꼬마의 등과 온 몸은 땀띠로 범벅이 되어 말이 아니었다. 지금도 엉덩이와 다리는 끊임없이 긁어대다 보니 아토피로 상처투성이고, 또 가려워 긁다 보니 결국 피를 봐야만 끝을 낸다. 야단을 치고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허공에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다. 땀이 나면 바로 가서 씻으라고 수건을 챙겨 보내도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자신을 관리할 여력은 부족했다. 담임선생님과 양호선생님이 약을 발라주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땀범벅이 되도록 뛰어 놀고 더운 교실에 앉아 있으니 땀띠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집에서도 주말 동안 약을 바르고 장흥에서 얻어온 편백수로 아이의 땀띠를 간신히 잡아놓아도 다시 학교에 가면 땀띠가 반복되니 속만 상할 뿐이다.

꼬마뿐만 아니라 상당수 학교의 아이들은 냉방이 제대로 안 되는 찜통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각 학교의 운영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이나 수업에 필요한 비품을 학교운영비에서 지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교육청은 전체예산에서 학교운영비를 각 학교에 나눠 주고, 학교운영비를 산출할 때 학생 수와 학급 수 건물면적, 냉난방 방식 등을 따져 배분한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언급될 만큼 학교에서는 급격히 오른 전기료 부담에 비용부담을 호소하며 설치된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고들 한다. 또 학교에 설치된 천장에어컨이 전기료 폭탄을 만드는 원인이라는 어이없는 뉴스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결국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행정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모든 학교에서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가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올라간다고 걱정을 한다. 신문을 통해 어떤 학교의 전기료를 보니 평월 400만~500만원이던 전기료가 여름과 겨울에는 800만~900만원으로 2배로 훌쩍 뛴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올해 같이 원전문제와 한전의 비리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력이 부족하다고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온 나라가 난리를 피우는 통에 모든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면 전기료를 절감시킬까 고심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전력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전기사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은 항상 공공기관과 학교가 우선적으로 실시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편한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여기며 생활하여야만 한다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학교에서는 운영비 부족을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없으니 항상 도덕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인내와 그 정도의 힘겨움은 이겨내야 한다고 교육적으로 접근시키게 되니, 우리 아이들은 더위 속에서 견뎌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인내력이 없는 아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내가 쓴 전기료가 내 지갑에서 나가다 보니 전기를 아끼는 행동이 자연스럽지만,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내 지갑에서 직접 나가는 돈이 아니다 보니 전기를 아끼는 행동이 확연히 줄어든다. 내가 낸 세금이 다른 사람들과 나눠 낸다는 것이 우리의 행동을 어리석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학생의 신분이 공부하는 것이라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닦달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대로 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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