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년 그 후, ‘허준’이 전하고 싶어 하는 말
4백년 그 후, ‘허준’이 전하고 싶어 하는 말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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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얼마 후면 산청엑스포가 열린다. 4백년 전에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이 산청엑스포를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자신이 지은 동의보감이 4백주년을 맞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영광도 누렸고, 기념하는 행사까지 열리니 참으로 기쁠 것이다. 하늘나라에 있는 의성(醫聖) 허준도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힐링시켜 주는 전통의약의 가치를 높이는 행사가 되기를 간절히 빌 것이다. 마찬가지로 허준만이 아니라 행사준비를 지켜보는 우리 모두에게 생약의 보고인 지리산자락에서 펼쳐지는 힐링축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엑스포가 성공적 마무리 못하는 이유

하지만 엑스포와 같은 메가 이벤트성의 대형 행사가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엑스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래의 행사 취지를 망각해서이다. 많은 엑스포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일단 행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 온통 이벤트 중심으로 관심이 바뀌고 만다. 행사 조직위의 관심도 자연히 성황리에 행사가 종료될 수 있는지 여부와 눈에 보이는 성공을 좇는데 급급해지게 된다. 따라서 조직위가 생각하는 성공의 잣대도 관람객이 얼마나 많이 참석했는지 외형적인 것에 머문다. 행사준비도 개막식이 다가올수록 관람객의 반응에만 집착해 화제가 넘치는 이벤트로 평가받고자 한다.

메가 이벤트적 성격의 엑스포들을 개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밑거름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엑스포를 개최하는 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막대한 재원을 들여 진력을 다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행사 후에는 결과에 대한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산업연관 효과를 주된 목적으로 내세우다가도 개최시기가 다가오면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행사 자체에만 매달리게 된다. 산청엑스포도 아무리 이벤트의 파급효과가 장기 지속적인 과제라 하더라도 전통 한방을 중심으로 한 약제와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엑스포 행사의 핵심을 보면 허준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행사 이벤트에 잘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동의보감 내용을 철저히 고증해 ‘동의보감 체험존’을 주제관으로 삼은 것은 옳다. 동의보감 ‘내경편’의 인체중심 구성요소를 힐링에 활용하는 치유체험터널은 동의보감에서 강조하는 스스로 몸을 치유하는 양생법을 깨우치게 해준다. 지금의 외과에 해당하는 ‘외형편’ 주제관에서는 우리의 족욕체험과 미용 경락마사지와 같은 주제를 잘 살렸다. 이외에도 사상체질 진단이나 탕약조제, 침구 진료와 같은 콘텐츠와 힐링 주제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의 관심을 끌 것이다.

하지만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의 생각은 시각적인 차원의 이벤트 성공여부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선조의 지시로 의학서를 처음에 지은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책을 지은 이유는 치료시기를 놓쳐 죽어가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허준은 구하기 쉬운 생약재를 이용해 알기 쉬운 처방을 삼아 실용적인 의학서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실용적이면서도 경험적인 의학서였다.



힐링 치유센터, 동의보감촌의 완성

동의보감에는 책을 지은 허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살아 있다면 아마 ‘현대인들의 고달픈 삶이 가져다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하라’일 것이다. 허준의 마음은 동의보감의 애민과 실용의 실천에 있다. 따라서 동의보감의 바탕철학이 어떻게 잘 실천되는가 여부가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실천철학은 엑스포 행사를 넘어서는 진정한 ‘동의보감촌’을 완성하는 데 있다. 그런 차원에서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무엇보다 권위 있고 믿을 만한 세계적인 한의학종합치료센터 건립과 지리산의 보고인 자연생약 재료의 산업화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리산의 자연에서 현대의학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 받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힐링 치유센터, ‘동의보감촌의 완성’ 그것이 허준이 전하고 싶어하는 말이 아닐까.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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