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자연을 배우는 곤충 세상
살아 숨쉬는 자연을 배우는 곤충 세상
  • 임명진
  • 승인 2013.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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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블루오션 곤충산업] 7.임수연 지리산애완곤충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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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말 그대로 생명이에요. 직접 보고 듣고 만지다 보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가르침을 곤충에서 배울 수가 있거든요”

함양군 안의면에서 지리산애완곤충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임수연(35)씨가 곤충에 흠뻑 매료된 것은 나이 20대 중반 무렵. 사실 곤충과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한 기억은 못된다.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하루는 집에 있는데 밤에 이상한 소리가 나 거실에 나갔다가 장수풍뎅이를 처음 보게 됐어요. 아버지가 가져온 거였는데 처음에는 만지지도 못했어요. 그때만 해도 곤충과 인연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웃음)”

지리산애완곤충농원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공동체다. 가족회의를 거쳐 시작한 일인데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장녀인 그녀가 적임자로 낙점됐다. 활달한 성격의 그녀로서는 일종의 귀농인 셈인데 탐탁치가 않았던 일이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곤충을 만지고 사육하는 그야말로 ‘곤충녀’가 되버렸다. 그녀는 곤충사육 농가보다 체험교육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궁극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일이다.

“수년 전에 곤충 붐이 일었던 적이 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재미가 있었어요. 매일 주문을 받고 택배를 부치느라 힘든 줄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딱 그때뿐이었던 것 같아요”

현재 곤충농가들은 시장 판로 확대로 적잖은 고민을 안고 있다. 대량으로 하는 농가에서도 수요가 없다보니 개체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곤충사육 농가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곤충의 식용이나 약용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녀는 체험농가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체험쪽으로 가야되지 않나라고 생각해서 교육도 많이 받았고 관련된 공부를 많이 했어요. 단순한 보여주기식 보다는 앞으로는 체험 위주의 수요가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서죠. 제 갈 길을 계속 가고 싶어요”

지리산애완곤충농원은 농촌진흥청의 곤충체험교육농장으로 지정됐다.

800평 부지의 농장은 각종 진귀한 표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곤충전시관과 온실 속에서 꽃과 곤충이 함께 하는 유리온실, 성충견학장, 유충사육실 등이 만들어 졌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암수 구별하기, 애완곤충에게 먹이 주기, 곤충들의 한해 살이, 유충과 번데기 관찰, 유충의 습성과 특징 알아보기, 곤충그리기, 만들기, 곤충 표본 만들기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든 고비도 적지 않았다. “요즘에는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곤충을 징그러운 해충이라고 해서 주변에서 싫어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어쩔 수 없이 옮겨 온 거에요”

수연씨는 끊임없이 학교와 유치원 등을 상대로 홍보를 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해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활달한 성격의 수연씨가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일일 곤충 선생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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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력 끝에 농원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료개방에서 유료로 전환하고서도 연간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가 됐다.

“아이들이 곤충을 만져보고 즐거워 하고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굉장히 즐거워요. 그런 관찰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인성교육도 저절로 되는 것 같아요”

그녀 역시 사육농가로서 판매는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애완용이나 학습용의 소량 판매다. 애완용이나 학습 연구 목적으로 한 두쌍 씩 구입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량으로 키우는 것은 판로확보나 가격 문제에서 별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예전에 대량으로 사육을 해 봤는데 판매가 없다보니 감당이 안되는 거에요. 곤충은 여건만 좋으면 번식능력이 좋아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내다 팔곳이 없는거에요. 그래서 일찌감치 순수하게 소량으로 사육해서 애완용이나 연구용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곤충사육 자체만으로는 힘들다고 봐요”

그녀의 말에서 곤충사육농가로서의 길이 쉽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그녀의 목표는 학교의 교과과정과 연계한 자연체험 학습과정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자연체험 학습장으로서 곤충과 아이들이 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해요.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큰 욕심 없이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하면 잘 될 것 같아요”

곤충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늘면서 그녀의 농원에도 아이를 대동한 가족단위의 방문객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곤충을 보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농원에는 수천 마리의 곤충들이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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