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관봉초등학교장)
나 역시 원컨대 내 차를 운전해서 서역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거쳐 실크로드 길을 따라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 보고 싶은 일, 첫사랑 그 단발머리 소녀를 다시 한 번 더 꼭 만나보고 싶은 일, 폭설이 내린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코바까지 달려 보는 일 등을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시물레이션 해본다. 그러나 헐거운 이승의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써보라고 한다면 어디 이뿐이겠는가.
SNS 서비스 중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서로 공유하는 ‘버키노트’란 앱이 있다고 한다. 이 앱을 이용하여 리스트를 등록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어버이날 무렵 사람들에게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여행, 2위는 효도였다고 한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은 유럽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가장 먼저 생각하여 부모님과 세계일주, 부모님끼리 유럽여행 보내드리기 등으로 단연 여행이 그 선두였고, 그 다음으로 자주 부모님 찾아뵙기, 가끔 부모님과 영화 보기 등으로 ‘효’와 관련된 일이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부모님은 늘 살아 계시는 분이 아니다. 이미 돌아가셨다면 아무리 효도를 해 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다행하게도 내게는 아직 팔순 노모가 살아 계신다. 비록 허리 굽고 치매도 있으시지만 지금도 자식을 보면 늘 걱정하고 애틋해 하신다. 이번 여름휴가 때는 가난한 셋방살이였지만 내 어린 시절 함께 온 식구가 꿈결같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삼천포 실안 바닷가에서 하룻밤쯤 지내며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해드려야겠다고 내 버킷리스트에 한 줄을 더 채워 넣는다.
김병철 (관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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