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면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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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관봉초등학교장)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소망리스트를 일컫는다. 근래 이 말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버킷이란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온 말이다. 중세시대에 자살을 할 때이거나 교수형을 집행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르고 뒤집어 놓은 양동이 위에 올라서 올라선 양동이를 발로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는데 이를 두고 ‘킥 더 버킷’이라는 말에서 생긴 까닭이다. 이 아름답지 못한 양동이에 목록(list)이란 단어를 덧대 만든 말이 사람들로부터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7년 미국에서 제작된 로브 라이너 감독, 잭 니콜슨·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리스트’가 상영된 후부터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말기 암(폐암)에 걸린 두 노인네가 우연히 같은 병실에서 만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리스트를 만들고 병실을 뛰쳐 나가 이를 실행에 옮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마지막 후회가 남지 않는 생을 마친다는 감동 스토리이다. 실현 가능하건 그렇지 못하건 사람에게 이 소망리스트를 채우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나 역시 원컨대 내 차를 운전해서 서역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거쳐 실크로드 길을 따라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 보고 싶은 일, 첫사랑 그 단발머리 소녀를 다시 한 번 더 꼭 만나보고 싶은 일, 폭설이 내린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코바까지 달려 보는 일 등을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시물레이션 해본다. 그러나 헐거운 이승의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써보라고 한다면 어디 이뿐이겠는가.

SNS 서비스 중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서로 공유하는 ‘버키노트’란 앱이 있다고 한다. 이 앱을 이용하여 리스트를 등록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어버이날 무렵 사람들에게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여행, 2위는 효도였다고 한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은 유럽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가장 먼저 생각하여 부모님과 세계일주, 부모님끼리 유럽여행 보내드리기 등으로 단연 여행이 그 선두였고, 그 다음으로 자주 부모님 찾아뵙기, 가끔 부모님과 영화 보기 등으로 ‘효’와 관련된 일이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부모님은 늘 살아 계시는 분이 아니다. 이미 돌아가셨다면 아무리 효도를 해 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다행하게도 내게는 아직 팔순 노모가 살아 계신다. 비록 허리 굽고 치매도 있으시지만 지금도 자식을 보면 늘 걱정하고 애틋해 하신다. 이번 여름휴가 때는 가난한 셋방살이였지만 내 어린 시절 함께 온 식구가 꿈결같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삼천포 실안 바닷가에서 하룻밤쯤 지내며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해드려야겠다고 내 버킷리스트에 한 줄을 더 채워 넣는다.

김병철 (관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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