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잡초 생명력엔 끈질긴 인내만이 답
끈질긴 잡초 생명력엔 끈질긴 인내만이 답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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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구마밭 잡초제거
장마철에 비가 내리지 않으니 마른장마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 중부지방에는 쏟아진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적지 않은데 남부지방에는 비 같은 비가 내린지 보름이 지났다. 땅 심이 깊지 않은 밭에 심은 곡식은 한낮 햇살을 이기지 못해 금방이라고 말라 죽을 것처럼 늘어졌다. 비 대신 찾아 온 무더위에 사람도 식물도 지쳐간다.

농사를 시작하고 잡초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흔히 잡초는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 잡초는 뽑아도 잘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 농사를 망치는 귀찮은 존재로 여겼다. 농작물과 함께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는 김매기를 하면서 잡초는 강하기보다 때로는 연약하지만 끝없이 싹을 틔우는 것에 놀랐다. 흔히 재배하는 곡식과 채소 등 농작물은 씨앗을 뿌리면 한꺼번에 싹이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뿌린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도 싹을 틔우지 못하는 씨앗은 썩어 없어져 다시 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잡초는 씨앗을 뿌리지 않는데도 끝없이 발아하며 자칫 한 눈을 팔다보면 밭을 점령해 버린다.

가장 흔한 잡초인 바랭이는 처음 자랄 때는 호미질 한번으로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여리다. 그러나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나는지 며칠 지나면 다시 싹을 틔우고 계속해서 나타난다. 한 번의 호미질로 쉽게 죽일 수 있는 연약한 풀 바랭이지만 한 눈 팔다보면 밭을 점령해 버릴 정도로 빠르게 마디를 뻗어가며 뿌리를 내린다. 바랭이가 자라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마디마다 내린 뿌리가 수 십 가닥 되다보니 뽑아도 잘 뽑히지 않을뿐더러 줄기가 끊어지기 일쑤다. 바랭이는 박혀있는 뿌리의 끊어진 마디에서 다시 줄기를 뻗고 생명을 이어간다. 밭의 김을 자주 매지 않으면 농작물 수확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귀찮은 존재가 여름철 바랭이다.

고구마 밭이랑 사이에 난 바랭이를 다시 맸다. 장맛비가 그친 뒤 맨 밭이니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밭이랑을 채울 정도로 많이 자랐다. 이랑 사이에 난 바랭이는 위로 자라지 않고 처음부터 옆으로 줄기를 뻗으며 넓게 퍼져 호미로 맬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밭은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처럼 흙이 굳어 호미질을 하면 쇠소리가 날 정도였다. 할 수 없이 괭이를 이용하여 흙을 파고 바닥을 훑어가며 바랭이를 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밭을 매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밭은 시간이 날 때마다 돌아보고 잡초가 자리를 잡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 연구회’에서 가져온 코스모스 씨앗을 봄에 뿌려 두었다. 코스모스는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주는 노린재를 없앨 수 있는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회 김종호 회장은 콩을 재배할 때 노린재 때문에 애를 먹는 것을 보고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경험 많은 노인으로부터 ‘만주에서 코스모스를 혼식하며 재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늦가을 우연히 길가 전봇대 밑에 늦게 핀 코스모스를 보게 되었고 주변이 콩밭이라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는 주변 콩밭에는 노린재 피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노린재는 콩뿐만 아니라 단감과수원에 큰 피해를 주는 귀찮은 해충이다. 콩은 드물게 혼식을 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지만 과수원은 코스모스를 나무그늘에서 재배할 수가 없었다. 궁리를 거듭한 끝에 탄화물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시험적으로 사용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코스모스는 꽃이 2~30% 피었을 때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는 것을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알아냈다. 봄에 씨앗을 구해 심었던 코스모스는 두 종류로 반은 여름에 꽃이 피는 종이었다.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을 보고 코스모스를 수확하기로 했다.

코스모스 수확은 회원 중에 탄화물을 보유하지 않은 회원만 자기 필요한 양만 수확하기로 했다. 코스모스는 강한 독성이 있어 한 낮에 작업을 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모두 새벽 해뜨기 전에 작업을 시작했다. 한 회원 당 120kg을 베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확한 코스모스는 작두에 잘게 잘라 비닐포대에 담아 묶어서 탄화시킬 때까지 냉동 보관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리고 보관 할 때도 사람이 먹는 식품과 함께 보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코스모스가 지닌 독성으로부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작두를 이용하여 잘게 써는 작업을 하면서 국화과 식물 특유의 강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이 강한 향기 속에서 유익한 성분을 찾아 고된 작업을 해야만 했다.

/정찬효 시민기자

고구마밭 잡초제거
고구마밭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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