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의령군 낙서면장, 행정학 박사)
그런데도 사람들은 왠지 이 지식창고 여는 것을 게을리 한다. 다소 지엽적이지만 이를 해소할 요량으로 필자를 위시한 몇몇 뜻있는 사람끼리 독서모임을 가진 바 있다. 2주에 한 번씩 독서토론을 하는 그런 모임이었다. 토론의 형식은 미리 같은 책을 선정해 읽은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 발표하는 방식이다. 토론이지만 상대방 발표에 대한 반론 제기는 가급적 지양하고 나와 타인의 다름을 비교하고 존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모임 초기 다소 익숙지 못한 토론문화 때문인지 다들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책을 읽고 모르던 것을 얻는 것은 좋은데 토론을 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발표를 피해 갈 수 없는 규칙을 정하고 사회자가 지명하면 무슨 말이든 할 수밖에 없도록 채근하자 생각보다 그다지 어렵잖게 토론은 이어졌고 호응도 또한 점차 높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서를 통해 지적 능력을 축적하고 나와 상대방에 대한 사고와 가치의 차이를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주지컨대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는 다툼 역시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옳고 그름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보면 대체로 아무런 결론 없이 상대방에게 감정의 골만 키울 뿐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어쨌거나 혹자는 정보화시대에 책 읽는 것 자체를 고리타분하다고 혹평할지 모르지만 두고두고 꺼내 쓸 수 있는 창고에 든 보물이 책이라는 것을 안다면 생각은 곧장 무색해질 것이다. 아무튼 인간능력 발휘의 원천인 독서와 그리고 나와 타인의 가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독서토론을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잘 활용하면 생활에 유익한 지식과 지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밥상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자니 ‘가난한 자 책으로 인하여 부유해지고, 부유한 자 책으로 인하여 귀해지며, 어리석은 자 책을 얻어 현명해지고, 현명한 자 책으로 인하여 이로워지니 책 읽어 영화 누리는 것 보았지 책 읽어 실패하는 건 보지 못했네’라며 책을 예찬했던 왕안석의 말이 오늘따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의령군 낙서면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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