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우리 강산, 찜통더위 물럿거라
시원한 우리 강산, 찜통더위 물럿거라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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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식 (객원논설위원)
올해는 장마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오르내리면서 집중폭우로 많은 피해를 내고 있다. 남부지역은 혹시나 마른장마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면서 불청객인 폭염과 열대야로 많은 사람들이 잠 못 들고 있다. 한여름이 되면서 여객선터미널과 공항에는 휴가를 떠나는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을 때 아직 바캉스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우리고장의 시원한 피서 명소를 추천하고 싶다.

먼저 사천시의 대표 해수욕장 삼천포 남일대해수욕장이다. 신라말 고운 최치원 선생이 맑고 푸른 바다와 해안의 백사장, 주변 풍경에 감탄해 ‘남녘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이란 뜻으로 남일대(南逸臺)로 명명했다고 한다. 조개와 고운 모래로 반짝이는 모래사장, 삼천포말로 ‘모래실’은 예로부터 부녀자들이 모래찜질을 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해수욕장 동쪽 해안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코끼리 한 마리’를 볼 수도 있다. 일명 ‘코끼리 바위’다. 코끼리의 긴 코가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모습으로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백사장 서편에 있는 진널전망대를 찾으면 우뚝 솟은 사천시의 명산 ‘와룡산’과 한 폭의 그림 같은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부근 방파제에서는 맘껏 낚시를 즐길 수 있다. 7월 26일 삼천포 아가씨 가요제, 27일 서머 페스티벌이 남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등 흥겨운 잔치 한마당도 볼거리다.

‘우리나라 교량의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각양각색의 다리가 이어지는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 남해군의 자랑 ‘상주 은모래비치’가 나온다. 뒤에는 금산이 병풍처럼 둘렀는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려 조선 건국의 성업을 이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산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의 기백과 얼이 서린 노량바다, 남해대교를 건너면 하동으로 연결된다. 하동읍내를 향해 가다보면 굽이도는 강, 바로 그 유명한 섬진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섬진강의 백미는 역시 하동 송림이 아닐까. 하동 송림은 1745년(영조 21)에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1705~1751)이 강바람과 모랫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섬진강 백사장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김소월의 시가 저절로 생각나게 된다. 정결한 백사장을 끼고 있는 송림은 2km의 길이에 2만6000㎡의 면적에 이른다. 오랜 세월을 버텨 온 850여 그루의 노송을 찾아 온 몸으로 ‘피톤치드’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동에서 지리산 산맥을 따라가면 한방 약초의 고장 산청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시원한 계곡이다. 지리산 웅석봉(일명 곰돌봉) 서남쪽을 파고든 숨은 계곡, 그 이름하여 백운계곡을 마주할 차례다. 조선 중기 성리학자 남명 조식이 즐겨 찾아 그가 남긴 흔적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이야기된다. 최근에는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다. 백운교-아함소-용문폭포-백운폭포-직탕폭포-임도-오솔길 하산-백운교 코스로 왕복하면 약 4시간 거리니까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산청과 이웃하고 있는 지리산 동네 함양군에는 용추계곡이 있다. 옛날 안의현에서는 세 곳의 빼어난 절경을 일컬어 ‘안의삼동’이라고 했는데 그 중 용추계곡은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삼경에 빠졌던 곳이라 해서 ‘심진동’으로 불렸다고 한다. 특히 주변의 식당에서는 메기탕, 추어탕, 매운탕, 안의갈비탕, 청국장 등을 줄지어 맛볼 수 있다. 인근에는 고풍스러운 정자의 상징, 정자문화의 보고 ‘농월정’이 솟아 있다.

마지막으로 진주로 옮겨 경상남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을 만나보자. 이반성면 대천리의 경상남도 수목원에는 침엽수와 활엽수, 수생식물이 우거져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허브·토피어리의 다양한 동물모양의 모양목들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진한 향기를 내뿜는 3000여 종의 꽃나무는 세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줄 것이다.

요컨대 우리 고장의 바다와 산, 강과 계곡에는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유쾌함과 시원함이 있다. 불쾌지수가 고조되는 한여름, 지역밀착형 바캉스로 무더위를 쫓아버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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