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한류(韓流)론’을 경계한다
‘부패 한류(韓流)론’을 경계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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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미래를 건설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사회를 방해하는 것은 한마디로 부정부패다. 여기서 부정은 공적인 직권이나 행정수단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고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둔다. 하위층이나 일선 관료의 수준에서 발생하기 쉽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부패는 비정상적인 이익의 수수다. 행정적 의미에서는 공무원이 가외수입을 얻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고, 그러한 행위로 인한 영향에 중점을 둔다. 주로 고위층이나 정치권력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패방지법 제정과 국가청렴위원회를 출범시켜 반부패 정책을 추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해묵은 비리 ‘원전마피아’라는 실체가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부패 실태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아시아 최악 부패국가, 해답 찾아야

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세계 12개 기관으로부터 전문가들의 조사와 의견을 반영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부패지수를 발표한다. ‘2013년 세계부패바로미터(GCB 2013)’에 나타난 분야별 부패에 대한 인식과 경험의 일단을 보면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 종교단체, 공직사회를 대표적인 부패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공공부문의 부패가 심각하고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국민 대다수가 공공부문의 부패에 대해 그 실체를 인정하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한다는 의미다. 뇌물제공 경험도 늘어났고, 그 이유는 감사의 표시,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전히 민원성 통행료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한국이 아시아 선진국 중에서 최악의 부패국가라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홍콩에 본부를 둔 컨설팅업체 정치경제자문공사(PERC)가 조사대상국 17개국 외국주재 기업인 20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정치지도자와 공무원, 핵심 정부기관의 부패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아시아 경제·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아시아 선진국 중 부패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한국이다. 최악은 인도, 그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중국이 부패점수가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이은 8위다.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마카오도 부패점수는 한국보다 낮아 OECD 가입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특히 기업부패나 부패에 대한 사법시스템의 비효율성이 두 번째로 높게 나온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부패점수가 올라가면 공정경쟁 기회가 적어지고 경영 리스크는 커져 투자ㆍ외자유치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PERC는 부패의 뿌리가 정치ㆍ경제 최상층부까지 뻗어 있는 경영환경에서 성장해온 한국 기업들이 해외사업을 통해 부패문화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부패 한류(韓流)’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 부패의 스펙트럼은 급행료, 떡값, 수고비, 거마비, 촌지, 기부금, 찬조금 등 부패가 마치 문화를 공유하는 것 같은 일상화에서부터 국가 지배구조의 정통성 결여나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주체나 견제수단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급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권력 또는 체제유지비 성격의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가담하는 ‘계획적 부패’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의 부패 특성은 체제적 부패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부패 원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제도 또는 절차의 비현실성이나 불합리성과 같은 구조적 부패에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누구에도 묻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심각한 사실은 부패가 정기적·비정기적인 반복과정을 거침으로써 안정화·제도화되는 것으로, 부패가 은밀하고 폐쇄적인 관계에서 발생하거나 관행화돼 있어 부패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패

한 전문 경제연구소는 성장률 깎아먹는 부패, 청렴도 높이면 성장률 4%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다. 여기서 얻는 결론은 공적 지위의 사적 남용, 부당한 방법으로 물질적 혹은 사회적 이득을 취하는 일들이 많아지면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와 투자를 저하하고 공공투자 계획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는 부패방지법·제도들에 대한 개선과 함께 각 사정기관들 간에 연계와 협력강화와 함께 부패의 폐해에 대한 교육을 정규교육과정은 물론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부패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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