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도 아랑곳 않는 잡초와의 전쟁
소금물도 아랑곳 않는 잡초와의 전쟁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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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과수원 제초·시비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지절이다. 지난 23일은 대서 이자 중복이었다. 예로부터 대서에는 ‘염소 뿔도 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예년 같으면 힘겨운 농사일을 잠시 놓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무더위를 식히며 재충전을 하던 때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며 곳곳에 폭우를 쏟아 붓고 있다.

장마를 대비해 물을 빼 놓았던 벼논에 물고를 막고 서둘러 다시 채웠다. 병충해 예방을 위해 사전에 방제도 했다. 방제는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탄화물을 이용했다. 혹시 모를 태풍에 쓰러지지 않도록 쇠뜨기 탄화액과 마늘과 양파에서 추출한 탄화액, 얼마 전에 조제한 매실탄화액 등을 각각 1000배액으로 섞어 뿌렸다. 쇠뜨기는 규산염이 들어 있어 키를 낮추고 줄기를 튼튼하게 함으로써 쓰러짐을 방지한다고 한다. 우리 논은 비료를 따로 주지 않아도 위쪽에 위치한 과수원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온 비료성분 때문에 해마다 웃자라 애를 먹었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비바람에 쓰러지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도복을 방지해주는 쇠뜨기 탄화액이다.

아버지께서는 벼논에 농약 뿌리는 일을 늘 크게 걱정하셨다. 지금까지는 경운기를 이용하여 긴 줄을 끌고 다니며 농약을 뿌렸기 때문이다. 논배미가 큰 논에는 줄의 길이가 100m가 넘어야 되니 끌고 다니며 치는 것도 일이지만 밖에서 누군가가 줄을 잡아줘야 농약을 칠 수 있다. 그래서 병해충 방제는 늘 주말을 이용하여 시간을 낼 수 있는 가족이 함께 해왔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하는 일이지만 우리 집은 기계가 있어도 운전이 서툴고 사고가 두려워 논에서 이용할 엄두를 못 내고 지내왔다.

흔히 부르는 에스에스기를 끌고 혼자 준비한 약제를 살포하기 위하여 논으로 향하니 한사코 줄을 잡아주시겠다고 앞장을 선다. 줄을 길게 다시 연결하여 아버지 생각대로 따라 했다. 고성능분무기를 사용하니 한나절 걸리던 일이 한 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빠르게 넓은 범위를 지나가며 치니 제대로 약을 친 것 같지 않아 보일 것이다. 아직은 초보 농사꾼이 하는 일이 서툴러 보이기도 하고.

과수원에 풀이 크게 자라 걱정을 하고 있으니 소금을 물에 녹여 쳐 보란다. 바랭이는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물 500리터에 소금 30kg을 섞어 뿌리면 된다고 했다. 풀이 죽지 않더라도 미량원소 주는 셈 치고 하면 헛일은 아니라고도 덧붙인다.

배운 대로 소금 한 포를 물에 녹여 과수원에 뿌렸다. 나무에 소금물이 날아가 피해를 줄까봐 잡초에만 골고루 묻히도록 천천히 운전하며 조심조심 쳤다. 소금물을 뒤집어쓴 잡초는 시간이 지나자 더운물에 데친 듯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특히 환삼덩굴이 제일 먼저 힘없이 꺾이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난 오후에 보니 힘없이 쓰러지는 듯 했던 잡초는 다시 일어나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환삼덩굴도 잎이 소금물을 맞아 피해를 입기는 했어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물에 녹여서 뿌렸던 소금이 하얗게 표면에 말라 소금가루가 되어 붙어 있었다. 한 낮보다는 아침이슬이 있을 때 뿌렸으면 효과를 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국 소금물은 미량원소를 공급한 것으로 여기고 풀은 예치기로 베어야 할 것 같다.

수요일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그동안 미뤄왔던 단감과수원에 팔마균을 섞어 만든 미생물배양체를 뿌렸다. 미생물배양체를 뿌리기 위하여 보름도 전에 요소비료를 먼저 주었다. 미생물배양체를 뿌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전에 질소를 먼저 공급해 주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중복이자 소서였던 화요일 오전에 뿌리고 나니 오후에 소나기가 쏟아져 효과는 충분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 물에 한 번 헹군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널었다. 고추는 그늘에서 숨을 죽여 시들케 한 후 햇볕에 늘어 말려야 된다고 한다. 며느리가 따 온 붉은 고추를 보고 어머니께서는 옛일을 떠올리시는 듯 했다. 직접 농사지어 붉은 고추를 널어본지가 언제였든가 까마득한 생각에 잠기셨다. 고추가 익기 시작했으니 2~3일 간격으로 수확을 해야 될 것 같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나무시비
초보농사꾼이 단감나무에 시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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