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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교육의 빠름과 느림권진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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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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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논어 학이편의 첫 구절이다. 이 구절에 나오는 학(學)과 습(習)은 논어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학’은 배움이라는 모방을, ‘습’은 익힘이라는 숙성을 의미한다. 학은 기존의 것을 빠르게 배우는 것이다. 습은 배운 것을 제때에 익히는 반복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상상력과 창의적 힘을 얻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모방하는 학에만 머무르면 영원히 이류이다. 습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할 능력을 얻을 때 일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신속하게 선진국을 모방하며 지속적인 성공을 이뤄 왔다. 그러나 이제는 모방만으로는 경제성장도 어렵고 선진국 진입도 힘들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선진국을 따라 배우는 모방경제로는 선진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인 것이다.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적 힘이 필요하다. 창조의 원동력인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이유는 경제와 정치, 사회, 교육 구조에서 새로운 방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특히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구조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먼저 최근 선행학습 금지라는 사회·교육적 화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국회의원은 초·중·고 입학시험과 교육과정, 대학입학시험 등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선행학습 금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교육공약의 핵심으로 학원의 선행학습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선행학습은 우수한 학생들의 수월성 교육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우수한 학생들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요즘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수학 선행학습이 필수라고 한다. 선행학습의 목적은 진도를 빠르게 나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 배운 것을 심화학습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선행이라는 빠름과 심화라는 느림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 학생들은 과다한 교육내용에 짓눌리고 있다. 학생들은 배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 많은 시간을 선행학습에 치중하고 있으며, 심화학습을 수행할 충분한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빠름과 느림의 부조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시스템은 학이라는 배움과 모방에 중점을 두었다. 앞선 선진국의 학문과 기술을 먼저 알고 빠르게 배우는 모방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습은 배운 것을 익히는 숙성과 발효의 과정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속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교육은 지금까지 느리지만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익힘의 교육에는 소홀했다. 교육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경쟁력의 원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전체적인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을 줄이고 자기주도형 학습시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 글로벌 수준의 창조적이며 경쟁력 있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즉 불필요한 교육내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교육방법도 효과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기주도형 심화학습, 즉 창의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는 창조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2500년 전 공자는 학과 습이라는 두 글자를 통해 일류가 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류에 머물 것인가 일류가 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창조경제는 일류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가장 빠른 것이 가장 느릴 수 있고,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빠를 수 있다. 빠름(선행학습, 모방)과 느림(심화학습, 창조)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해 변화하는 세계를 주도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창조의 열락(悅樂)을 체험하게 만드는 것, 이것은 이 시대가 우리 교육계에 요구하는 사명이다.

권진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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