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사회구현을 위하여
정의사회구현을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추징시효 연장에 따라 거액의 추징금을 미납 중인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환수시효가 오는 10월에서 2020년 10월까지로 더 연장됐다. 이후 검찰의 연일 전 전 대통령 및 그 가족과 친·인척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압류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78억 중 2398억(91%)을 납부한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 원 중 532억 원(24.2%)만 납부했다. 검찰은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공개하라는 재산명시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지만 서울서부지법에 출두한 전 전 대통령은 “예금 29만 원이 전 재산”이라는 진술을 함으로써 자신이 언급될 때마다 ‘29만 원’이 따라다니는 상황을 자초했다.

대통령은 취임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를 선서한다. 전 전 대통령의 제5공화국은 국정지표가 ‘정의사회 구현’이었지만 태생부터 위법했고, 정의사회 구현이 아니라 정의가 사라진 시대였다.

1993년 8월 12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를 발동해 당일 오후 8시를 기해 “금융실명제 및 비밀보장을 위한 법률”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금융실명제는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부정부패자금 등의 차단, 세수가 늘어나 국가재정 확보가 쉬워지고, 빈부의 격차를 줄이면서 건전한 경제활동을 보장해 사회적 안정기반을 확립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필자는 1995년 ‘금융실명제 실시의 문제점과 그 보완대책의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국민의 의식개혁, 금융거래 및 제도개혁으로 차명거래의 실명화, 세제와 세정의 개편, 금융실명제 유명무실화 방지 등을 주장했다. 금융실명제만 제대로 이행되었으면 이러한 국가적 망신은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땅 속에 파묻어 놓은 돈은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지만 말이다.

케이맨제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을 ‘조세천국(Tax Paradise)’, 버진아일랜드 등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을 ‘조세피난처(Tax haven)’, 네덜란드 등 세금 상 특혜를 주는 국가들을 ‘조세휴양지(Tax Resort)’라 부른다. 한국인 245명이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10개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던 것으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통해 드러났다. 지구 반대편까지라도 추적해서 끝까지 밝히고 추징해야 할 사안이다.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및 그 가족과 친·인척 등에 대한 압수와 압류 등을 바라보는 일반시민들의 입장은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 착잡하다. 추징금을 내지 못하겠다면서 버티었지만 지금 나오는 고가 미술품이나 자녀들의 그 많은 재산들은 어디서 났을까?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압류조치는 일국의 전(前) 대통령으로서 개인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나라망신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할 경우 수사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환수시효가 2020년 10월까지이기 때문에 추징금을 내지 않으면 법에 의한 강제추징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5공화국 당시 국정지표로 내세웠던 ‘정의사회 구현’을 이제라도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징금을 가족회의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국민들께 사죄한다면 어떨까?

박 대통령은 지난 6월11일에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는 해결을 못하고 이제 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사회개혁 원칙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좀 더 폭넓고 강도 높은 개혁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조용히 이루어져 진정한 정의사회가 구현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