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의 만남으로 빚어지는 갈등
인간과의 만남으로 빚어지는 갈등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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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인간이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의외로 허약한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땐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육체적으로 허약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몹시 허약하다. 허약한 까닭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여려가지 관계를 맺고서 서로 돕고 아껴가며 일을 할 때 삶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으로 말미암아 여려가지 일들이 생기고 또한 온갖 기쁨과 슬픔이 빚어진다는 사실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인간이 겪는 괴로움 또는 번거로움의 근원도 대부분 인간과의 만남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관계가 서로 돕고 아끼는 가운데 순조롭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경험하는 고통은 주로 정신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정신적 고통의 원인은 거의 사람과의 만남에서 온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요, 우리에게 질투나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도 사람이며, 후회나 걱정의 심리가 오가게 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인간이란 자기중심적이고 욕심이 많은 까닭에 만나기 무섭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충돌을 일으킨다. 물론 이해관계로 말하면 서로 돕고 아끼는 편이 유리할지라도 만나면 대립과 갈등의 일면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갈등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절친한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 이해관계의 원천적 대립이 생기게 마련이어서 자연히 갈등이 따르게 된다는 해석도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따진다면 대립해서 승리하는 것보다는 다 같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편이 훨씬 유리할지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맞서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상당히 높은 지성(知性)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이 없지만 욕심과 감정이 인간을 어리석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성과 분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것은 지성과 분별력보다도 더욱 강한 욕심과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소유하고 쌓아두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욕심과 욕심이 부딪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타오르는 욕심과 감정의 불길 앞에서는 인간이 자랑하는 지성도 설자리가 없다. 지성이 주저앉으면 커져 나오는 어리석음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욕심을 최소한으로 줄이게 된다면 우리는 어리석음의 늪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욕심을 버리기란 힘들기 때문에 다만 우리는 그것을 줄이거나 아니면 바꾸어 갈 수밖에 없다. 욕심을 줄이면 남과 부딪쳐서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며, 마음 또한 여유가 생겨서 주위의 아름다움까지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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