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과 줄임의 이치
버림과 줄임의 이치
  • 경남일보
  • 승인 201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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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의령군 낙서면장, 행정학 박사)
간혹 연세가 많으신 분들께서 너희들도 나이 들어 보아라 하는 말을 그냥 예사롭게 들어 넘긴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나이 많은 게 꼭 무슨 자랑인 양 들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살아 있는 생물체라면 나이를 더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언필칭 나이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에게나 한 해 한 해 공정한 덧셈을 선사해 줄 뿐이다. 그러기에 어불성설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덧셈이 나이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그런데 사람이 이와 같은 나이를 보태는 필연을 타고 나서 그런지 매사 줄임보다 무엇을 채우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누구든 슬쩍 되돌아보면 알몸뚱이로 태어나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젊음이란 나이의 채움 정도가 적어 활기 넘쳐 좋은 것인데 나이를 보태면서 어쩌다 물질도 함께 채우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 점에 대해선 필자도 이게 무슨 인간 심사인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참 많은 것을 채우고 산다. 특히 무엇이든 한 번 소유한 것은 잘 버리지 못하는 성미까지 가졌다.

몇 해 전부터 취미라는 명분을 앞세워 잡다한 공예품을 수집하다 보니 집안 공간이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편히 쉴 공간을 물건들이 차지하게 되었고 그만 물건에게 밀려 뒷전에 나앉는 형국이 되었다. 눈 딱 감고 그냥 버리고 줄여야 하는데 그마저 선뜻 내키지 않는다. 나야말로 나이의 보탬은 탓하면서 물건을 채우는 것에 안달하다니 참으로 나잇값 못하는 한심한 사람 아닌가. 어쨌든 이후 마음이 젊어지기 위해서라도 채우는 것도 좋지만 버리고 줄이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느 지인의 병문안을 갔더니 대화중 나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사연인 즉 나이 들어가면서 더 많은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송아지 입식을 계속 늘렸더니 소득이 늘기는커녕 무리하여 병까지 얻어 더 큰 손실을 봤다며 퇴원하면 바로 소부터 줄이겠다는 푸념 같은 신념을 보인 것이다. 이쯤 되면 누구든 젊은 시절 넘쳤던 기백을 지금도 존재하는 것인 양 더는 착각하지 말고 나이의 숫자와 채움은 반비례한다는 등식 하나쯤 마음에 새겨봄직도 하다.

필자 생각에 어찌 보면 사람에게 무소유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은 애당초 맨몸으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배를 채워 몸을 불리고 또 이 세상을 버릴 땐 그래도 옷 한 벌 정도는 입고 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젊어 생기가 넘치듯이 소유욕도 버리고 줄이면 한결 젊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누구든 어차피 한 번은 다 버리고 갈 것이 분명할진대 그걸 조금 앞당겨 버리고 줄인다고 해서 그리 큰 손해 볼 일도 아니지 싶다. 당장 많이 가져 무거워하기보다 과감히 버리고 줄여서 가볍게 사는 삶, 그게 바로 나이 들어가면서 젊어지는 비결이 아닌지 살짝 반추해 본다.

/의령군 낙서면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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