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59)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59)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지리산문학관의 유람문학 연구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59)
(20)지리산문학관의 유람문학 연구
 
지난 회에서 지리산 명칭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아보았는데, 지리산, 두류산, 방장산이라 하는 것이 주류이고 이에다 ‘덕산(德山)’이라는 명칭도 쓰인다고 했다. 지리산에 대해서는 구구 학설이 있지만 결론적인 의미 규명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 두류산은 백두에서 흘러내려 끝자락을 이루었다는 것이 인정되고 이 명칭은 조선 사대부들이 즐겨 불렀다는 것, 방장산은 삼신산의 하나인 지리산의 명칭으로 인정된다는 것 등이었다.

‘덕산’은 지명이란 인식이 강하게 되어 있는데 연구 결과에 따라 지리산의 한 명칭이라는 것이 밝혀져 인상적이다. 산청군 시천면 사리 일대를 사람들은 ‘덕산’이라 부른다. 필자가 중등학교 시절 진주에서는 ‘좀 시골스럽다’라는 말을 ‘덕산’ 이라 했다. 지금도 그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행정 명칭을 시천이라 하니까 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을 가질 뿐이다. 지금도 시천 출신 아동문학가 조평규를 만나면 “교장선생, 더러 덕산에는 갑니까?”라거나 “덕산장에 곶감이 많이 났던가요?”라거나 “덕산장 가는 길에 윤이상 생가(윤이상은 덕산에서 태어나 3살때 통영으로 간 세계적인 음악가)를 확인해 보았습니까?” 라고 묻는다. 최구식 의원은 덕산초등학교 3학년때 진주 금성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초중등학교 교명은 통례가 그곳의 지명이다. 그러니까 덕산은 지명이라는 인식이 주변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이다.

최구식 어린이는 금성초등학교로 전학 온 날 담임선생 따라 편성된 반에 들어갔다. 담임선생이 “여러분에게 산청 덕산초등학교에서 전학 온 친구를 소개한다. 이름은 최구식이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며 공부해라”라 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급 어린이들이 “와아....”하고 웃었다. 홍당무가 된 최구식 어린이는 무엇 때문에 친구들이 웃는 것일까? 순간 머리에 스치는 것은 ‘덕산’이었을 것이다.정보를 준 것은 최구식과 덕산 밖에 없지 않은가. 일과를 마치고 나올 때 옆자리 친구에게 물었다. “왜 애들이 내 소개에 그렇게 크게 웃었나?” 하자 “구식이 너 만화책 안보나? 요즘 최고 인기만화에 ‘신식 구식 행진곡’이 있단 말이다. 그래서 웃은 기라” 친구와 헤어진 뒤 최구식 어린이는 집에 들어서는 즉시 아버지께 이름 바꿔 달라고 떼를 썼다는 것 아닌가. 이야기는 최구식의 저서 ‘신식 구식 행진곡’에 나오는 내용이다.

‘덕산’으로 다시 돌아오자. 최석기 교수는 논문 ‘조선시대 사인들의 지리산 천왕봉에 대한 인식’에서 “덕산이라는 명칭은 조식(曺植, 1501-1572)이 지리산에 은거하여 도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뒤 경상우도 지역 사인들에게서 나타난다. 경상우도는 남명학파의 본거지로서 조선 후기 학맥이 전승되지 못한 상태에서도 그 정신은 여전히 계승되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지리산, 두류산, 방장산이라는 명칭보다 ‘덕산’이라는 명칭을 선호한 사람이 있었다. 1807년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안치권(安致權, 1745-1813)은 함안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안치권의 ‘頭流錄’에는 “지리산은 네 가지 명칭이 있다. 그중 덕산의 명칭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남명 조식 선생이 학문을 닦던 곳이 있기 때문이다.”라 하고 있는데 지리산을 ‘조식의 산’으로 인식한 것이 역력해 보인다.

최석기 교수의 다른 논문 ‘함양지역 사대부들의 지리산 유람록에 나타난 정신세계’에서는 지리산에 오른 선비들의 기록들이 제시되고 있다. 김종직(遊頭流錄, 함양군수 시절), 김일손(頭流紀行錄, 정여창과 동행), 박여량(頭流山日錄, 함양출신 정인홍의 문인), 박장원(遊頭流山記, 안의현감), 남주헌(地異山行記, 함양군수), 노광무(遊方丈記, 함양사람) 등을 엿볼 수 있다. 선비들의 유람록은 조선 전기에 비롯되는데 김종직의 ‘遊頭流錄’(1472)이 유람록의 표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천왕봉에 올랐던 코스는 대체로 여섯가지 코스였다. 지금 등산하는 이들은 비교해 보면 좋을 것이다. *1코스 : 군자사(마천)-백무동-하동바위- 제석당(장터목)-천왕봉 *2코스 : 함양 휴천면-산청 금서면-하봉-중봉-천왕봉 *3코스 : 중산리(진주)-법계사- 천왕봉 *4코스 : 중산리(진주)-장터목- 천욍봉 *5코스 : 대원사(진주)-쑥밭재-하봉-중봉-천왕봉 *6코스 : 하동 화개 신흥사- 세석- 제석당- 천왕봉

1코스로 유람한 사람은 양대박, 박여량, 박장원 등이고 2코스로 유람한 사람은 김종직, 변사정, 유몽인 등이고 3코스로 유람한 사람은 김일손 정식 등이고 4코스로 유람한 이로는 유문룡, 하익범 등이고 5코스는 허유, 정재규 등이고 6코스는 송광연, 송병선 등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