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따서 말리는 일, 농사만큼 정성들여야
고추 따서 말리는 일, 농사만큼 정성들여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고추따기
7일은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다. 입추에 달도 바뀌어 음력 7월로 접어든다. 이제 곡식이 여물기 시작하면 김매기도 끝나가고 바빴던 일손도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가마솥 같은 더위가 계속되고 말복이 까마득하여 아직 여유를 찾기는 이른듯하다.

한낮 더위에 지치기는 곡식도 마찬가지다. 따가운 햇볕을 못 이겨 잎이 늘어지고 끝나지 않은 마른장마에 자갈밭의 곡식은 타들어가고 있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있어도 떨어지는 양이 적어 찔끔거리는 것이 이슬과 다를 바 없다.

그동안 미루어왔던 단감나무에 농약을 쳤다. 단맛이 들기 시작하면 노린재가 달려들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지난주에 만들었던 코스모스탄화액을 1000배액으로 섞어 살균제인 톱신엠과 함께 뿌렸다. 식물과 광물 등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탄화물은 직접 곤충을 죽이는 살충효과 보다는 곤충이 싫어하는 기피제이기 때문에 자주 뿌려야하는 불편이 따른다. 햇볕에 노출된 단감이 타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무탄화액을 함께 섞었다. 무는 서늘한 기운을 지니고 있어 햇볕에 노출된 과육이 화상을 입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한다. 무도 김장용으로 재배한 가을무나 월동무라야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자가 소속한 단체인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 연구회’에서는 일 년에 회원은 의무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탄화물을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한 주 동안 회원과 함께 탄화물을 만들었다. 봄에 가로수를 전정할 때 확보하여 잘게 잘라 냉장 보관해 오던 은행나무를 이용하여 은행탄화액을 만들었다. 잘게 부순 은행나무를 냉장 보관한 온도가 영상 1℃를 넘지 않았는데도 곰팡이가 하얗게 끼어 있었다. 곰팡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낮은 온도에서도 번식하는 곰팡이의 생명력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은행은 살충효과가 있어 응애를 구제하는데 주로 쓴다.

또한 마른가루를 냉장 보관해 오던 홍삼탄화액도 만들었다. 마른 가루에 물을 섞어 탄화기에 넣어 15시간을 기다려 만들었다. 그 밖에 마늘과 양파를 구입하여 탄화액을 만들었는데 멸구와 곤충을 구제하는데 쓸 계획이다.
연꽃이 지면 연잎을 따야 한다. 우리 회에서는 연잎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생연보존회와 계약을 맺고 연잎을 딸 연지를 확보해 두었다. 연잎을 딸 때 사용할 스치로폼과 철판을 이용하여 뗏목도 만들었다. 뗏목은 우리회의 총무가 재료를 구입하여 농장에서 직접 용접을 해서 만든 것이다. 물에 띄워 보니 튼튼하여 두 명이 작업을 해도 충분할 정도였다. 이런 모든 일들은 회원들이 직접 노동을 하며 해야 하는 일들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붉게 익은 고추를 땄다. 고추는 따는 것도 힘들지만 말리는 것이 더 어렵다. 우선 따온 고추를 깨끗한 물에 씻어 그늘에 사흘 정도 시들도록 둔다. 적당히 시들면 햇볕으로 꺼내 본격적으로 말리기 시작한다. 따가운 햇볕에 두어도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아 생각만큼 잘 마르지 않는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려 몇 번을 거두고 말리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래도 잘 마르지 않아 건조기를 수소문해 기계를 이용해서 상하지 않게 말릴 수 있었다.

고추는 처음부터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다.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 담배잎나방유충 피해를 많이 입었다. 고추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그 속에는 반드시 여러 마리의 유충이 들어 있다. 담배잎나방은 꽃에 알을 놓기 때문에 꽃이 필 때부터 방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농약대신 식물탄화물을 뿌렸더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우려했던 탄저병도 유황 등 탄화물을 뿌렸더니 아직까지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고추밭에 가보니 그동안 보이지 못했던 외래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붙어 있었다. 심한 곳은 떼를 지어 징그러울 정도다. 급한 대로 코스모스와 마늘양파 탄화물을 뿌렸는데 한 이틀 지나보아야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뭄 탓인지 아니면 병해충 탓인지 그동안 끝없이 열 것 같았던 수박도 덩굴이 말라 시들해졌다. 열렸던 수박도 시름시름 잎이 없는 시든 덩굴에서 햇볕에 설익어 버려야 했다. 매일 따도 다시 보면 또 열었던 오이도 잎이 시들해졌다.

고구마는 줄기가 온 밭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뻗어 나간다. 뿌리가 들기 시작한 지금 멧돼지가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주에는 멧돼지 피해 신고를 받고 소방서에서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 멧돼지는 과일이 익기 시작하자 과수원에 숨어들어 피해를 주고 있다. 멧돼지 피해를 예방하는 것에 농사의 성패가 달렸다.

/정찬효 시민기자

고추따기
초보농사꾼이 붉은 고추를 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