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
적반하장(賊反荷杖)
  • 정만석
  • 승인 201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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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석 (취재1부장)
조선 인조때 학자이자 시평가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적반하장으로 비유했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거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등의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참 어이없을때, 어안이 벙벙할때 자주 쓰는 이 말이 지금은 아무런 미안함도 없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이 경기장 밖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일전 때 ‘붉은악마’ 응원단이 내건 이순신 장군과 항일 조선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얼굴현수막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일본 관방장관이 이를 두고 동아시아축구연맹에 항의서를 제출했다. 이날 일본 응원단에는 10분간 욱일기가 내 걸렸다. 욱일기가 주는 상처를 모를 리 없는 일본이 붉은악마의 현수막만 문제 삼고 나선 데 대해 누리꾼들은 “적반하장”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등축제 연례화에 반대한다는 진주시민들의 분노한 민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인구 34만의 진주에서 64년전부터 스토리텔링을 입혀 잘 가꾸어 왔던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인구 1000만, 한 해 예산만 무려 23조원이 넘는 서울시가‘별것 아닌것’으로 치부해 버린것에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3년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기 위한 진주시민들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지금이라도 서울시에 용서를 구한다면 아량을 베풀어 주겠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겠나.

▶진주시장의 서울시청앞 1인 시위에 기자회견을 가진 서울시의 입장표명은 ‘그동안 참아왔다. 이젠 법으로 대응하겠다’였다. 변명치고는 궁색했고 치졸했다. 특히 서울시는 이 시장의 1인시위를, 지방선거를 앞둔 한 자치단체장의 도발적 정치 퍼포먼스라고 주장하며 분위기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진주시장의 위치에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정만석·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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