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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지혜와 슬기를 통한 삼복더위 나기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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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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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에 연일 폭염은 계속되고 국가적 전력난으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연구 활동이나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서는 최대한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마땅하지만 일부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 중단 등으로 국가적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전력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 방도 중앙 집중관리 하에 놓여있어 28도와 냉방시설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어 내가 애지중지하는 부채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람실을 제외하고는 교수들의 연구 활동 공간으로 강의실 하나를 개방하여 상시로 냉방을 제공할 뿐이다. 찜통더위에 나 스스로도 짜증스러워 나도 모르게 달력을 들추었다. 내일모레 7일이면 입추(立秋)란다. 가을 ‘추’자만 보아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잘 알고 있듯이 입추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날이 아니다. 입추 때는 ‘무더위 속에 벼 자라는 소리에 놀라 개가 짓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더위가 절정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실 입추는 1년 중 더위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입추가 포함된 이 시기를 우리는 삼복더위라고 부른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보통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이처럼 20일 만에 삼복이 들면 매복(每伏)이라 한다. 하지만 입추 후의 첫 경일(庚日)이 말복이므로 확률적으로 중복을 지나고 13~14일 후가 많고, 20일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라면 열흘만의 복날을 건너뛰었다 하여 월복(越伏)이라 한다. 금년은 중복이 7월 23일이고 말복이 8월 12일이라 월복으로 삼복더위도 그만큼 더 길어져 있다. 복날은 장차 일어나려는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철 서늘한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 더운 기운에 밀려 굴복한 상태이다. 특히 삼복은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기간이라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인체 음양의 균형이 잘 조절되어 면역력이 강화되고 겨울 질병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무더위의 한 가운데 입추라는 절기를 넣어 서늘한 가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로 이 얼마나 멋스러운가.

더위를 마주하여 슬기롭게 지내온 조상들의 지혜를 따라 모쪼록 삼복 기간에 기력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더위를 이기려고 하지 않고 더위와 동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1558년 여름 남명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지리산 산행을 했다. 남명선생은 지리산에 오르는 데만 만족하지 않고 지리산 곳곳의 유적을 둘러보고 무거운 세금에 신음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기록으로 남기며 선비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소서팔사(消暑八事)’ 즉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이라 하여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 그네타기, 달밤에 발 씻기 등의 피서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정, 군정, 환곡의 폐단과 불합리한 신분제도와 과거제도 등 조선 후기의 사회 모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했다. 신체적으로 비대했던 연암 박지원은 여름에는 산속에서 나와 서울에서 유유자적 지내면서 행랑채의 상민들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이용후생학이라는 연암의 글들이 영글게 했다고 한다. 대개의 우리의 선조들은 가장 친환경적인 피서법인 부채와 벗하였고 시간을 내어 탁족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시를 짓거나 하면서 소요음영하기도 하고 유유자적하기도 하면서 여름을 나기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삼복에는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하기 위해 예로부터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었다. 알 낳기 전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연계백숙(軟鷄白熟)이고, 연계백숙에 인삼을 더한 것을 계삼탕이라 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조상들보다 좋은 여건 속에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삶은 그때보다는 팍팍해지고 각박해져 삶의 여유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조상의 여름나기 지혜와 슬기를 배워 생활의 여유를 찾고 큰 그림을 그리는 꿈도 함께 꾸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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