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축제 '원조' 고소한 진맛 찾아 오이소
전어축제 '원조' 고소한 진맛 찾아 오이소
  • 임명진
  • 승인 2013.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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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마을에 가다] 하동 술상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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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하면 가을전어를 떠 올리는데, 한 여름에 맛보는 여름전어도 별미 아입니까?”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술상전어마을’이라는 입간판만 보더라도 이곳이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로 유명한 마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하동군 진교면 술상마을. 전어철만 되면 전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인파들로 북적거리는 곳. 이번 목적지인 술상마을은 조상 대대로 전어를 잡아온 사람들이 사는 어촌이다.



◇청정해역서 조상대대로 전어 잡이

이곳의 전어는 깨끗한 노량 앞 바다와 사천만의 민물이 합류하는 거센 조류지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고깃살이 쫄깃하고, 고소한 맛에다 영양가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에서 자라서 살이 두껍고 맛이 뛰어납니다. 가을전어가 유명하지만 평일에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부러 찾는 손님들이 많이 늘고 있어요”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주민 김혜종(59)씨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마을 전어공동판매장에는 아직 이른 낮 시간대 임에도 전어 맛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인근 횟집에서 전어를 판매하지기도 하지만 kg당 8000원의 저렴한 가격에다, 인근 가게에서 얼음과 박스를 별도로 구입(각 1000원)하면 포장도 가능하다. 전어 구이는 1만 원 부터 마릿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먹는 전어의 맛에 흥취한 듯 공동판매장 야외테이블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즐거움이 묻어났다.

기왕 말문이 트인 김에 이것저것 묻자 그의 이야기보따리가 활짝 열린다. 남해와 사천의 경계지점에 있는 술상마을은 인근에서 가장 많은 50여 척의 전어 잡이 배를 보유하고 있단다.

술상마을은 전체 가구 수가 146호에 불과한 작은 어촌이다. 주민 대다수가 반농반어에 종사하다 보니 실제 어촌계에 가입한 주민은 118명으로 절반 정도.

예전에는 각 배 선주들이 개별적으로 전어를 판매했지만 가격 안정화와 어민 간에 무분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지금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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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전국 최초 전어 테마, 술상전어축제

마을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황종삼 어촌계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술상어촌계는 전어가 도래하는 시기에 맞춰 2003년부터 격년제로 전국 최초로 전어를 테마로 한 전어축제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지난 7월18일 첫 전어 조업에 나서 술상선착장에 마련된 공동판매장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전어 판매를 시작했다.

그날그날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바다에 나가 잡아온 싱싱한 전어들이다.

공동판매장에서 만난 주민 이동영(55)씨는 “아쉽게도 올해 전어축제가 열리진 않지만 언제든지 금방 잡아 올린 싱싱한 전어를 공동판매장에서 맛볼 수 있어 평일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싱싱한 전어를 공동판매장에서 회나 구이로 판매하니, 전국의 미식가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이곳을 찾고 있다.

휴가차 가족과 함께 들렀다는 김성민(45)씨는 “전어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여름철 별미로 바다를 구경하면서 먹는 맛이 일품”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공동판매장에는 회를 썰어 먹거나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장비도 구비해 두고 있다. 지난해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주말이면 늦게 오는 손님은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술상 마을은 전어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낙지와 주꾸미, 새우도 많이 잡힌다. 워낙 전어가 명성을 떨치다 보니 가려졌지만 낙지의 경우 인근 하동과 삼천포 등지의 수협에서 가장 많이 위판을 할 정도다.

황종삼 어촌계장은 “마을이 위치한 곳이 내만이다 보니 가두리 양식도 없다. 크게 돈이 되는 것은 없어도 겨울에는 굴을 따고,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관광지 조성 준비 착착

현재 술상마을에는 횟집이 4곳, 민박집 1곳, 마을 바로 앞 방앗섬에 개인 소유의 펜션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다 복합기능을 겸비한 다기능어항 공사가 진행 중에 있는데 육상시설의 확충으로 전어축제의 장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갯벌체험시설과 테마광장, 현대식 위판장 등이 들어서는 보다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술상마을 어촌계는 다기능항의 조성과 맞물려 궁극적으로 어촌체험마을로 가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 나갈 계획이다.

황종삼 어촌계장은 “다기능 항이 되면 개펄체험과 개막이 체험 등의 해양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대시설을 확충해서 체험마을 손님도 유치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어촌마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화합과 발전 힘써 나갈 것”
황종삼 술상어촌계장

“어려움도 있지만 전어로 주민 단합도 되고 외지에 술상마을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황종삼(52)술상어촌계장은 “전어축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쉽게 열리지는 않지만 마을 공동판매장에는 언제든지 여름철에 먹는 별미로 맛있는 전어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어 마을로 알려지면서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전어 판매장을 개설함으로써 전어를 잡는 어민들끼리 단합도 잘 되고, 외지인분들도 편하게 먹고 쉬었다가 가면서 술상마을을 저절로 홍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현재 조성 중에 있는 다기능어항에 거는 기대도 높다. 하동군 자율공동체에 가입한 술상어촌계는 기능 항이 조성되면 마을 앞 바다에서 개막이 체험과 개펄 체험을 구상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어촌체험마을로 가기위한 준비로 전어마을과 연계해서 다양한 마을발전 구상을 세우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도 필요하고, 여러 부대시설이 더 확충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민들도 자발적인 의식개혁이 보다 진척된다면 자연스레 서로 화합하고 결국은 마을발전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어촌계의 역할은 주민의 조업 안전과 소득 증대에 있다. 주민들이 어촌계 활동에 보다 더 열의를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어촌계장으로서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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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항 선착장 전경. 전어잡이 배들이 조업을 기다리고 있다. 술상마을은 인근에서 가장 많은 50여 척의 전어잡이 배를 보유하고 있다.

 
공동판매장
술상전어마을 공동판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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