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8월은 광복의 달이다. 광복이란 말이 ‘빛나게 회복한다’는 의미이고 보면 광복에는 ‘빛을 잃은 암흑의 과거가 있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우리는 국권을 빼앗긴 채 36년을 산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 기간 국토는 농단 당하였고, 어머니에게서 배운 우리말과 아버지가 가르쳐 준 우리글도 빼앗겼다. 성(姓)도 갈았다. 한마디로 이 땅은 빛을 잃은 나라였다.

서양문물이 밀려들던 19세기 중엽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나라를 개방하고 서구열강 대열에 합류해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나라 밖으로 세력을 뻗쳐 나갔다. 일본은 조·일수교조약(강화도조약·1876)으로 조선 공략의 발판을 만들었다.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청일전쟁(1894)을 일으켜 시모노세키조약(1895)으로 조선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몰아냈다. 그로부터 연합군에 항복하는 날(1945)까지 일본은 우리민족 말살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했다. 일본은 강화도조약에 이어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84), 한성조약(1885), 천진조약(1885), 동학란 출병, 군국기무처 설치, 을미사변(1895), 노·일 전쟁, 한일의정서(1904), 을사조약(1905)에 이어 한일협약(1910)으로 마침내 조선반도와 2000만 우리백성을 저들 손아귀에 거머쥐었다.

지난해 말 일본 자민당은 전체 480석의 중의원 의석 가운데 294석을 확보함으로써 연립정당인 공명당과 합한 의석수가 366석으로 2/3를 초과했다. 지난달에는 참의원 242석의 절반인 121석을 바꾸는 선거에서 모두 76석을 얻어 기존의 59석을 포함해 과반인 135석을 확보했다. 이는 이른바 평화헌법의 개정안 발의도 가능한 절대 안정의석이다.

총리에 취임한 아베 신조는 선거 공약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대 보유는 물론 영토,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선거 직후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고 “중·참의원 중 한 곳이라도 의원 1/3분이 반대하면 국민 다수가 원해도 헌법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는 방안추진에 돌입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상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같은 일본의 야욕은 해외에서 이미 시동을 걸었다. 아베 신조는 지난달 하순 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군대가 자위대와 함께 국제평화유지군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싱가포르 군대가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져도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이 없어 자위대가 (싱가포르를)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일본과 필리핀이 민다나오의 치안·경제문제 개선에 협력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민다나오 섬은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이 자리에서 아베 신조는 “국제적인 안전보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일본의 안전을 확보하고 미·일 동맹과 지역평화에 공헌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면서 필리핀에 일본 순시선 10척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의 이 같은 망언은 저들의 천황을 내세워 국내 세력을 확보하고, 그 여력을 몰아 동남아 국가들을 강점한 군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킨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으로 대한제국에 침투해 내정을 간섭하다가 마침내 나라 자체를 통째로 집어삼킨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일합병이다. 아베 신조가 필리핀에 제공하겠다는 순시선이 그 좋은 미끼다. 먼저 여유자금으로 다른 나라의 멍든 경제를 달래고 이를 빌미로 침략의 마수를 뻗친 것이 지난날 일본의 외국침략 수법이었다.

평화란 말하는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진다. 아베 신조의 평화헌법은 미군정하의 헌법으로 조직된 자위대를 집단적 자위권을 가진 외국간섭 군대로 개조하겠다는 헌법이다. 합법적으로 외국에 군대를 파견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평화헌법이다. 평화를 강조하기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국과 체결하겠다는 평화조약은 핵으로 남한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김정일식 위장 조약이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키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는 일본을 우경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를 막아야 한다. 광복 68년, 외교력을 강화하고 모든 국민이 뭉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