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철 교수의 의학이야기
남대철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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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외반증, 이것만은 알고 넘어가자
여기 엄지발가락 안쪽이 튀어나와 보기 흉하다며 내원한 23살 여대생과 칠순이 다 되신 할머님이 있다. 여대생은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으며 맨눈으로 그리 많이 휘어 보이지 않았으나 걸을 때마다 발가락 내측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할머님의 경우는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밑으로 휘어들어갈 정도로 심한 변형과 이미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여 있었으나 정작 통증은 없었다. 이 경우 두 분은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는 게 좋을까?

무지 외반증을 쉽게 정의하자면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쪽으로 휘어지는 변형이다. 의학적인 정의로는 엑스레이(x-ray)를 촬영하여 휘어진 각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경도, 중등도, 고도 등 3단계로 나뉜다. 발병 원인은 크게 가족력과 같은 선천적 요인과 잘 맞지 않는 신발 착용과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특히 하이힐 같은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는 경우에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보행 시 발에 가해지는 압력은 뒤꿈치 약 50%, 엄지발가락 15%, 나머지 발가락 35% 정도이나 굽이 높은 신발을 신게 되면 자연히 뒤꿈치보다는 발가락 쪽에 체중이 많이 실리게 되므로 과다한 하중과 압박으로 인해 통증이 더 증가한다. 그 외에 평발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는 실정으로 현재까지는 어느 특정한 요인보다는 여러 인자의 복합적 작용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문제는 본인이 느끼는 증상이다. 필자가 실제 진료시 환자들에게서 듣게 되는 다양한 표현을 정리하자면 약 4가지 정도다. ‘발가락 안쪽이 튀어나와서 아프다’, ‘발바닥이 아프다’, ‘발가락이 겹쳐서 신발을 못 신겠다’, ‘발이 못생겼다’인데 첫 번째의 경우 발가락 안쪽에 혹이 있거나 신발에 부딪히면서 자극되는 증상으로 인한 것이며, 두 번째의 경우는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여있는 경우인데 무지 외반보다 이것을 더 불편해하는 경우도 꽤 된다. 이는 소위 전위 중족골통이라 하여 무지 외반이 오래되면 엄지발가락에서 체중을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발가락에서 이를 보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 번째 표현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며, 마지막 이유는 단지 미용목적으로 내원하는 경우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지 외반증은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통증인지, 신발 착용인지, 미적 욕구인지를 잘 감별해야 하며 이에 따라 수술이 될 수도 있고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이 될 수도 있다. 수술하지 않더라도 증상 호전이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당연히 처음부터 수술을 시도하는 것은 올바른 초기 치료가 아니다. 일단 정확한 검진을 위해 엑스레이 촬영은 필수이며 휘어진 정도가 심하지 않고 통증이 경미한 정도라면 신발 교정이나 교정 깔창, 보조기 등을 시도해도 된다. 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 좋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크거나 헐거운 신발도 피해야 하며 통상 발의 폭에 비해 1.3cm 이상 좁은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적절한 족부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이 도움되며 아킬레스건 스트레칭과 발가락을 벌리는 운동은 족부 내재근을 강화시킴으로써 무지 외반의 진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변형이 더 진행되거나 고도의 각변형, 관절염이 동반된 경우,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증이 심해 걷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면 수술을 고려하게 되며 엑스레이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수술 방식을 결정하게 되므로 전문의를 찾아 신중하게 상담받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무지 외반증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10%가량 그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2012년 무지 외반증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는 약 5만5천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진료비는 3백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점차 서구화되어가는 문화 패턴으로 인해 여성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하이힐을 신는 추세이며 한때 킬힐(kill-heel)이라고 하여 굽이 10cm 가 넘는 신발이 미적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양에 치중된 잘못된 습관이 무지 외반증을 비롯한 각종 족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항시 올바른 신발 선택에 신경 쓰는 습관이야말로 발 건강을 해치지 않는(Not kill) 지름길이 될 것이다.

/경상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무지외반증1
무지 외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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