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넘어지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풀잎 넘어지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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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휴식(休息),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소중한 사람들을 되새기며 분주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을 만나고 지친 영혼에서 스스로의 평화를 찾아주는 일. 음력 7월을 시작하는 가을의 문턱 입추를 맞이하고도 아직은 마지막 늦더위의 강렬한 태양빛이 오히려 한여름날의 심신의 여유를 찾기에는 결코 녹록지 않은 사항을 만들어주는 지라 지금 새로운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진주시의 입장에서는 이 무더위의 늘어짐 또한 시간의 고문으로 느껴질 수가 있는 사항이다. 휴식도 결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닌 것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아가려는 자,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문.

둘 사이 갈등의 골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만 가고 연일 2층 기자실의 브리핑룸은 시민들의 들끓는 분노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휴가까지 반납하며 상경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열혈 진주시민들의 억울함의 표출은 발없는 말이 되어 천리를 달리고 있으나 담장 높은 서울시청의 철통같은 자물쇠 문은 8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되레 큰소리 치며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꼭 들어야 할 소리, 꼭 보아야 할 것들을 보고도 듣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필자가 즐겨 되새기는 옛 선인의 말씀 중에 ‘순우추요(純佑芻?) 선우후락(先憂後樂)’이란 말이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풀잎이 넘어지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지위를 즐기기 보다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근심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시의 입장에서야 35만 진주시민들의 아우성과 분노가 한낱 한여름밤의 윙윙거리는 모기울음 소리로밖에 여겨질지 모르나 설령 그것이 모기소리만큼 나약하고 힘없는 울음소리라 할지라도 결코 예사로이 넘길 일은 절대 아니다.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이 글로벌 축제도시 진주로 우뚝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호기를 맞고 있는 진주시의 입장에서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독창성과 역사성 지키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짝퉁 등축제로 인해 지금도 무참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진주시민의 자존심은 뒤로하고라도 시민들의 울분이 극에 다달아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지금의 비상사태마저 끝까지 서울시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음은 참으로 서울시답지 않은 처사요 약자의 대변인이요 소통의 사람으로 떠들고 다녔던 박원순 시장의 부끄러운 표리부동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예가 될 것이다. 이제 서울시는 인적으로나 경제적·문화적으로나 아예 경쟁상대도 되지 않는 자국의 작은 지방 중소도시와의 소모적 경쟁에 뛰어들어 부끄러운 작태를 보여줄 것이 아니라 국제도시 서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그 품격과 지위향상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격에 맞는 처사다.

2011년 한 금융회사에서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은 관광도시 베스트 20을 조사발표한 적이 있다. 대다수의 유럽 중요도시가 선두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대한민국 서울시가 미국의 뉴욕을 제치고 11위에 이름을 올렸고 아시아태평양 관광도시에서는 당당히 4위를 차지하며 국제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세우고 있었다. 이제 서울시는 명실상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도시 서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서울시는 무엇이 그리도 아쉬워서 다른 나라도 아닌 자국의 지방 중소도시를 상대로 성공한 지방축제 베끼기의 논쟁 한가운데 서서 빨대식의 서울집중적 수탈의 역사를 또다시 만들어 나가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제 국제도시 서울은 자국의 중소지방도시가 아닌 전 세계와 경쟁하며 새로운 문화콘텐츠 개발과 창조문화 발달에 힘써 나가야 한다.

이 일에는 박원순 시장 스스로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며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먼저 고민하며 서울시장의 높은 지위는 나중에 즐기라는 것이다. 오늘도 서울시청 앞에서는 35~36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무더위의 태양 아래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지키기 위한 진주시민의 혼불이 소리 없는 절규로 타오르고 있다. 포기할 수 없음에 꼭 지켜야 한다는 심정으로 타는 목마름을 절박하게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마저도 즐기는 참 아름다운 진주시민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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