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차(茶)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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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스님 (단속사)
차와 명상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생활 가운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 수행과 깨달음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앞의 일상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찾으려 하지 않고 아득히 먼 곳에서 찾으려 한다. 그래서 옛 선인들이 선다일미(禪茶一味)라 하지 않았는가.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깊이에 도달할 수 있다. 높은 산에 도달하기 위해 언덕도 넘고 계곡도 건너야 한다. 조그만 개울의 물이 모이고 모여 강이 돼 바다에 이른다.

마음을 담는 그릇인 몸이 맑아야 정신을 집중해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다. 마음을 살펴 깊고 오묘한 뜻을 분명하게 밝혀 낼 수 있는 것이다. 불가에서 신·구·의(身·口·意)를 매우 강조한다. 즉 마음을 살펴 깊고 오묘한 뜻을 분명하게 밝혀내 입으로 남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 스스로 몸으로 실천해 수행의 진정한 뜻을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하게 깨닫지 못하면 자신의 것이 될 수 없고 의심만 가지게 된다. 또한 남에게 전달하는 말도 진실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말과 행동이 어긋나게 돼 신뢰감을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명하게 깨달으면 저절로 믿음이 오게 돼 생활 자체를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깨닫지 못하면 의심으로 인해 자신을 얽매이게 할 따름이다.

차는 몸을 맑게 정화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의 기운이 맑지 못하면 정신을 집중할 수 없다. 이때 몸과 마음을 집착해서 내려놓고 홀로 조용히 차를 마신다. 한 잔의 차 속에 집착에서 벗어나는 비움의 도리가 녹아 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자신이 ‘알고 있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생각을 뒤집고 또 거꾸로 생각하고 또 반대로 뒤집어 생각하면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비움으로써 더 깊은 뜻을 밝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차는 물 고르는 데서부터 불 다루는일 등 차를 마시기 전까지 정성을 들인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차를 마시고 나서 그 마음의 변화까지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전 과정을 중요하게 관찰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차를 통해 넓게 바라보고 깊게 헤아려 보는 안목을 가져 본다.

커피는 진한 향과 쓰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으로 몸이 피곤할 때 또는 긴장감이 요구될 때 짧은 휴식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전통차는 맛이 담담해 한 번이 아닌 여러번 우려내어 마시게 된다. 세밀하고 정교하면서 깊은 사색을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커피보다 전통차가 어울리는 것 겉다.

녹차는 아홉 번을 덖어야 제대로 된 명차로 탈바꿈하게 된다. 명상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를 반복해야 그 깊은 맛을 이해하게 된다. 한 잔의 차로 몸을 정화시키고 마음을 맑게 하여 명상의 깊은 맛을 느껴본다.

/단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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