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울 줄 알아야 채울 수 있다
비울 줄 알아야 채울 수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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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중심으로 민족문화를 꽃피운 국가가 있다. 바로 1932년 이성계에 의해 건국된 조선이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조선왕조는 반세기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물론 유럽을 넘어 이집트까지 영토를 확장한 고대 로마제국나 전 세계를 향해 무한히 뻗어가던 몽골제국도 지금은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걸 보면 조선이 망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때 매우 융성하고 발전했던 한 국가가 이렇게 한순간에, 그것도 매우 허망하게 사라진 걸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거대한 제국도 단숨에 재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에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영원한 것보다 한순간인 것, 불변하는 것보다 변하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가 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명 ‘삐삐’라 불리는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던 세대에서 ‘LTE-A’로 더욱 빨라지고 더 똑똑해진 스마트폰 이용 세대로 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휴대폰뿐만 아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도, 지위도, 명예도 한순간에 변하기 마련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롤러코스터로 비유해 때론 성공을, 때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노력하기에 따라 또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이치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즉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치만이 영원한 진리란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늘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원하든 안 원하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은 변하고 바뀐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걷든지, 아니면 연어처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든지 즉각적으로 행동을 보여야 한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행정부의 최고 수장이자 군통솔권자인 대통령도 5년의 임기가 끝나면 일반 유권자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지금 당장은 직위나 명예가 높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때문에 높은 위치에 대한 자만심과 교만함으로 한순간의 권위만을 앞세워 아랫사람을 괄시하거나 냉대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자신의 힘을 이용해 넘치는 권세를 손에 쥐려는 것 또한 부질없는 짓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릇이 만들어지는 것부터 신경을 쓴다.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막상 그릇이 만들어지면 무작정 채우려고 든다. 남이 보든 말든 자신의 그릇을 지켜가며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쉴 새 없이 채워 넣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다 보면 그 그릇의 크기가 어찌됐든 넘치는 건 마찬가지로 같다. 이미 넘치고 나면 그릇은 만신창이가 된다. 그릇의 외형은 흘러넘친 자국으로 흥건히 젖어 있고 그릇의 내부는 불안정하게 언제라도 흘러 넘칠 것 같은 형상을 띠고 있다.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우는 법도 알아야 한다. 채운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지킬 수도, 가질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채운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다. 바로 초심(初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많든 적든 늘 겸허히 비울 줄 알아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그래야 자만과 교만으로부터 벗어나 타인을 구속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에게도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오늘부터 비우는 것의 의미를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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