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폭염
<이준의 역학이야기>폭염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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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子午) 군화(君火)
연일 섭씨 35도를 내외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폭염으로 매사가 권태롭다. 사람들도 쉬 지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낸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를 피하여 바다로 산으로 계곡으로 향하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지리산 골짝만은 그저 신선바람이다. 23.5°로 기울어진 지축 때문에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광이 그대로 북반구 대륙을 강타하고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이상으로 기온은 상승하니 만사가 귀찮고 더욱이 맥이 탁 빠진다. 서남아시아의 따가운 햇살은 그늘에만 들어서면 무더운 줄 모르나 우리나라 풍토는 습하니 그늘에 있어도 후텁지근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다니기보다는 에어컨 바람이 최고이나 국가시책에 따라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여야 하고, 내가 시원하게 느끼는 이상으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동시에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며, 또 무엇보다 산 사람이 좁은 공간에 가만히 갇혀 있으려니 더더욱 갑갑하다. 나다니자니 무덥고 가만히 있자니 답답하고, 이래저래 무덥고 습한 것이 짜증스럽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다산 시문집’에서 8가지 피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소서팔사(消暑八事)’이다. 첫째,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둘째, 소나무 단(壇)에서 활쏘기, 셋째,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넷째,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다섯째,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 여섯째, 동쪽 숲 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일곱째, 비 오는 날 시 짓기, 여덟째, 달 밝은 밤 발 씻기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인격을 도야하는 옛 선비의 피서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참으로 한가로운 전원풍경이나 다산 선생님이 오늘날 살아계셨더라도 이런 목가(牧歌)적인 피서법이 나올까 모르겠다.

여름의 무더운 기운을 서(暑)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의 기운을 피하는 것을 피서(避暑)라고 한다. 무더운 기운이야 당연히 태양과 지구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지구의 기울기와 공전·자전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순환하며 이에 따라 추위와 더위가 교차된다. 단 최근의 기류와 이상기온은 인간이 화석연료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탓으로 천지의 순환에서 보면 일종의 객기(客氣)가 만연한 모습이다. 객기(客氣)가 주기(主氣)를 능가하면 사람은 죽게 되고, 지구와 인류는 멸망하게 된다. 하기에 사람은 객기를 부리지 말아야 하고, 인류는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뜨거운 기운의 오행상 본질을 나타내는 것은 병(丙·태양)이나 태양의 열기를 받아 사람들의 몸으로 느끼는 기운을 뿜어내는 것은 땅이고 지열이다. 즉 지기(地氣)이다. 지기는 땅의 본질적인 기운에 태양, 달, 28개 별의 기운이 서로 어울리면서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기운(氣運)을 말한다. 이런 기운에 따라 사람의 몸이 영향을 받아서 강건한 기운이면 정신도 맑아지고 신통력도 생기고 생각과 지혜가 깊어지고 통찰력도 높아져 사람들도 많이 몰려들어 흔히 말하는 출세의 가도를 달리지만, 쇠약한 기운이면 늘 건강과 빈한함을 염려하여야 하고 저승길을 조심하여야 한다. 여름철 화기를 참지 못하여 술을 먹고 쌈박질 하다가 우연히 맞아죽거나 겁 없이 찬물이나 바닷물에 뛰어들거나 난폭운전의 시비 끝에 주먹질을 하면서 우쭐거리는 것은 모두 객기가 준동하여 저승길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이런 땅의 기운들을 일컫는 이름 중 하나에 육기(六氣)라는 것이 있다. 육기는 12지지(地支)에서 서로 대립하는 위치에 있는 기(氣)가 대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즉 서로 충돌하는 기(沖氣)가 화(化)를 이루어 변화된 결과적 기운을 말한다. 무더운 여름의 기운인 서(暑)는 자(子)와 오(午)의 극단적인 기운들끼리 충돌하여서 일으키는 불의 군주, 군화(君火)를 일컫는다. 하여 여름철에 잘못되는 서사(署邪)를 받으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기가 소모되며 어지럽고 쓰러지거나 멍하게 되기 쉽다. 땀이 많이 나고 목이 말라 갈증이 심하며 탈수증을 나타내고, 히죽히죽 웃거나 전신에서 힘이 빠져 늘어지며 소변이 붉게 나오고 모든 면에 의욕이 없어진다. 또 불쾌지수로 인한 왕짜증, 성가심, 귀찮음 등이 생긴다. 까닭 없이 분노하고 적개심이 일고 울화병에 의한 공격적 성향 등도 나타난다. 또는 불의 성향으로 해변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는 몽상(夢想),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들뜬 마음, 가볍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말해버리는 경박함 등의 징후도 있다. 여름철엔 그저 넘어가도 무탈한 사소한 이유로 인한 말다툼, 싸움, 차량충돌 등의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하여 이 무더운 여름에 마냥 내가 잘했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한 것을 용서하여 주는 아량(雅量)지수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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