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들기의 고통과 희열 ‘렛 미 아웃’
영화 만들기의 고통과 희열 ‘렛 미 아웃’
  • 연합뉴스
  • 승인 201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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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자신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시드니 폴락 감독의 이 유명한 말을 곱씹으며 자신도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영화학도 무영(권현상 분).

하지만 졸업을 앞둔 그는 다른 친구들이 몇 편의 단편 연출 경험이 있는 것과 달리 단 한 편도 영화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감독 ‘양익춘’이 모교를 방문해 영화학과 수업에 들어온다. 질의응답 시간에 무영은 40억 원이나 들여서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느냐고 혹평한다. 양익춘 감독이 ‘말로만 영화를 만드는 건 쉽다’고 하자 “트뤼포가 창작의 바로 전 단계가 비평이라고 했던 거 모르시나 봐요?”라고 대든다.

이 사건 이후 양익춘 감독은 500만 원을 학교에 기부하며 무영을 콕 찍어 영화 만드는 걸 지원하겠다고 나선다.

수많은 거장 감독들의 말을 들먹이며 입으로만 영화를 만들어온 무영은 500만 원을 받아들고 엉겁결에 좀비멜로 영화 ‘렛 미 아웃’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 ‘렛 미 아웃’은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다. ‘메타 영화’로 불리는 이런 영화는 그동안에도 많았지만 ‘렛 미 아웃’은 특히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를 겉으로는 만만하게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두려워하는 치기 넘치는 영화학도가 영화를 진짜 만드는 과정은 코믹하고 귀여운 부분이 많다.

배우 캐스팅부터 한숨이 쏟아지고 어렵게 꾸린 제작부는 마음 같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첫 촬영 날부터 사고가 나고 일은 계속 꼬여만 간다. 첫사랑 상대인 ‘아영’(박희본)을 주연배우로 캐스팅하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연기 지도가 어렵기만 하다.

이 영화는 요즘 영화 제작 환경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여러 씁쓸한 풍경을 풍자하기도 했다. 연예계에 데뷔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배 여배우는 촬영장에 마음대로 나타나 촬영 순서를 바꿔 먼저 찍게 해달라고 하거나 개인적인 분풀이를 하는 등 ‘진상’을 부린다.

제작비를 구하느라 온갖 회사에서 스폰서를 받아온 프로듀서는 영화랑 상관없는 홍보 의상을 배우들에게 자꾸 입히려 한다.

무영은 이런 수많은 장애물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영화를 포기하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영화를 하고 있어서 즐겁다는 조연배우들, 라면과 김밥으로만 때우면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스태프 친구들이 무영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준다.

영화는 결국 수많은 사람의 열정이 모일 때 이뤄지고, 고통을 이겨낸 결과물에서 맛보는 희열은 다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사실을 ‘렛 미 아웃’은 보여준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만한 영화이고 영화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스크린 뒤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제작비 2억 원으로 만든 독립영화치고는 매끈한 만듦새가 돋보인다.

특히 타이틀 앞에 나오는 시퀀스를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부분은 상업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탁월한 시퀀스다. 1980년대를 풍미한 그룹 아하(A-ha)의 ‘테이크 미 온(Take Me On)’ 뮤직비디오를 오마주한 이 애니메이션은 감성적이면서 상상력 넘치는 그림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경에 흐르는 검정치마의 노래 ‘강아지’도 영화의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다.

서울예대 교수로 있는 김창래, 소재영 감독이 공동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미국 댈러스국제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와 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 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아울러 개봉 전 판권이 미국에 팔려 오는 15일 국내 개봉과 함께 16일 미국 5대 도시에서 동시 개봉한다.



감독: 소재영, 김창래
출연진: 권현상, 박희본, 한근섭
개봉일: 15일 개봉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코미디
상영시간 97분
/연합뉴스

렛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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