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이하면서
제1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이하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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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지난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린데일시에서는 작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과 똑같은 소녀상이 저 먼 나라 미국의 글린데일시 중앙도서관 앞에 세워지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미국까지 가신 김복동 할머니를 위시한 행사 관계자들이 여러 개의 천으로 만든 나비가 달린 보라색 덮개를 열고 보여 준 평화의 소녀상,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었다. 며칠이 멀다하고 들려오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퍼레이드를 뚫고 들려온 이 소식은 한여름 더위를 조금은 식혀주는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이었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애끓는 절규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힌 후 그 용기 있는 고백이 묻히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한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미국의 조그만 도시 글렌데일에 맺히게 된 것이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이 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지 20년이 넘었다.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일본은 여전히 사죄는커녕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범죄를 부정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여전히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관망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각고의 노력은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북한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을 찾아내고, 그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유엔과 세계에 일본의 전쟁 당시의 극악한 범죄를 알리고 세계의 전쟁 피해 여성들과의 연대를 이끌어 내는 등 그분들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참으로 눈물겹고 존경스러운 노력이다. 20여년이 넘게 궂은 날씨, 좋은 날씨 가리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시위가 그분들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 가운데에서 지난 2012년에는 매년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하였다고 한다. 그를 통해 피해자들의 희생과 용기 있는 여성들의 외침, 그리고 인류사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널리 알려 나가고, 전쟁과 범죄피해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앞당기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노력으로 ‘나비기금’과 ‘나비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비기금’은 미군 기지촌에서 성 착취를 당했던 여성들과 함께 연대해서 만든 기금으로 과거에 일어났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콩고의 피해자들과 베트남전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비 프로젝트’는 지난달의 글렌데일시의 경우와 같이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묻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세계 곳곳에 세우는 프로젝트이다.

일본이 저지른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거의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시고 이제 생존해 계신 분이 58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돌아가신 할머니들은 늘 입버릇처럼 그리고 유언처럼 “내 역사를 통해서 평화를 배워 주세요”, “여러분은 우리의 상처를 딛고 평화를 꽃피우십시오”라고 당부를 하셨다고 한다.

몇 분 남아 계시지 않은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그래서 그분들이 염원하는 평화 세상의 희망을 그분들의 가슴에 돌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니 희망뿐만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노력을 통해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간절하다. 다시 이 생각은, 그러한 노력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우리 모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노력에 관심을 모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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