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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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이기는 가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요즈음 지구촌 곳곳에서 무더위와 전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역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과 열대야가 수 주째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어떤 음식이 좋을까? 더위와 식품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특정 식품이 더위를 시원하게 물리칠 수는 없으나,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제철 과채류를 잘 이용하면 어느 정도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흔히들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성질이 차가운 식품이나 수분이 많은 식품이 좋다. 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 오이, 가지 및 수박 등을 들 수 있는데 오이의 수분함량은 약 96%, 가지와 수박은 94% 전후로 수분이 많은 편이다. 특히 가지는 차가운 성질이 강하여 더위에 좋고, 또 해열작용과 염증치료에 효험이 있다. 때문에 꾸준히 먹으면 열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열 때문에 가끔씩 정신이 혼미해진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롭다. 반면에 몸이 냉한 사람, 수족냉증이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이처럼 사람에게 이로운 가지는 원산지가 인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재배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주로 여름철에만 생산되는 채소였으나, 요즈음은 시설재배로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가지 열매의 모양은 대장형, 장형, 중장형이 많고 그 외에도 달걀 모양이나 공 모양 등 다양하다. 색깔도 자주색 외에 노란색, 흰색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장형의 자주색 가지가 널리 재배되고 있다. 가지는 보랏빛의 매끄러운 광택이 시선을 끌기도 하고, 또 외관상으로는 단단해 보이나 속은 푹신푹신하여 마치 스폰지를 만지는 기분이 들며, 먹을 때 입안에서 느끼는 촉감이 부드러워 특히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지의 성분을 보면 수분 외에는 당질이 가장 많고(약 4%), 무기질로는 칼슘과 인이 많다. 비타민의 함량은 적으나 티아민, 리보플라빈, 비타민C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으며, 열량은 가지 100g에 16kcal로 매우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격이다. 특히 가지 중의 식이섬유소는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숙변제거와 변비예방에 도움이 되므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지의 색깔은 보기에도 좋고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하지만, 더 좋은 것은 뛰어난 기능성이다. 가지의 진한 보라색은 안토시아닌계 색소(자주색의 나수닌과 적갈색인 히아신 성분)인데, 이 성분은 지방질을 잘 흡수하고, 혈관 안에 존재하는 찌꺼기를 용이하게 녹여서 배설시키기 때문에 사람의 피를 맑게 해 준다. 따라서 고혈압 등 혈관과 관련된 질환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항암효과를 보이는데, 일본(일본식품종합연구소)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대표적인 항암 채소인 시금치나 브로콜리보다 2배나 높은 항암활성을 보인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있다. 그 외에도 안토시아닌계 색소는 눈의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에 요즈음처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식품이다.

안토시아닌계 색소 외에 가지의 스코폴레틴(scopoletin)과 스코파론(scoparone)이라는 특수성분은 진정, 진통 및 근육경련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한 운동으로 근육경련이 일어날 때나, 또 성장기 어린이들이 취침 중에 근육통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성장기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근육경련이다. 이러한 경우 평소 때 가지를 많이 먹으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으로 채택된 경륜을 갖고 있는 가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민간요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는데, 주로 간장, 췌장의 기능항진, 혈중콜레스테롤 저하작용 및 구내염 등에 사용되어 왔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가지 중에 함유된 폴리페놀성 화합물인 클로르제닉산 등은 체내 지질이 산화될 때 노화, 암 및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자유래디칼이라는 고약한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러한 성분을 제거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생활습관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끝으로 식품상식으로 기억할 것은 육류와 같은 고지방 식품을 먹을 때 가지를 함께 먹으면 좋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몸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뿐만 아니라 기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음식의 맛도 좋게 하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 입냄새가 심한 사람은 음건시킨 가지에 물을 부어 농축시킨 후 소금을 첨가하여 양치질을 하면 구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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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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