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흑염소·멍게…맛으로 태어난 지역색
장어·흑염소·멍게…맛으로 태어난 지역색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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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독특한 먹거리를 찾아서 <경남의 맛 30선>(중)
김해·양산·거제·밀양시를 비롯해 의령·함안군에서는 지역적 특성이 맞는 톡특한 먹을거리 문화가 발달됐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찾던 음식들로서 지금까지 지역대표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해 양념숯불장어구이

김해시 불암동은 예로부터 자연산 메기며 장어가 많이 잡혀 서낙동강의 황금어장이라 불려졌다. 그래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장어마을로 됐다. 특히 이곳은 가게 마다 독특한 양념장으로 보다 다양한 맛의 양념 장어구이를 즐길 수 있다. 태양초고추가루와 진간장, 생강, 마늘을 여러 시간 푹 고아서 만드는 양념소스는 그 진한 빛깔만큼이나 깊은 맛을 자랑한다. 비법양념을 잘 손질한 장어에 발라 하루 동안 숙성시키면 양념숯불장어구이는 완성된다. 이후 양념장을 여러 번 고루 발라 은은한 숯불에 구우면 김해 양념숯불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장어와 어울리는 장아찌 등 푸짐한 반찬들은 덤이다.

◇김해 진영갈비

질 좋은 생 소갈비부터 양념돼지갈비까지, 엄선된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김해 진영이다. 진영갈비는 살집과 지방이 골고루 어우러진 질 좋은 고기에, 특유의 감칠맛을 살린 달콤한 양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곁들여 먹는 반찬들도 갈비와 어우려져 최적의 맛을 낸다. 진영갈비는 가게마다 특별한 양념과 숙성과정을 거쳐 제공되고 있다. 숯불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갈비의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뚝배기 된장찌개, 신선한 버섯 등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 또한 만족스럽다.

◇밀양 돼지국밥

밀양시 무안면 특산물인 청양고추와, 후덕한 인심이 어우러져 탄생한 대표적인 장터음식이 밀양 돼지국밥이다. 무안 5일장에 몰려들던 장사꾼과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의 배를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채워주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었다. 밀양 돼지국밥은 설렁탕을 떠올리게 하는 뽀얀 국물이 독특하다. 이름은 돼지국밥이지만, 실제론 소뼈를 사용해 깊은 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깔끔하게 삶아낸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넣어주면, 밀양식 돼지국밥이 완성된다.

◇밀양 흑염소불고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밀양에 특별한 야생의 맛이 있다. 바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 흑염소이다. 흑염소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밀양의 흑염소불고기는 그런 걱정을 한번에 쏙 들어가게 할 만큼, 잘 정리된 맛을 보여준다. 우선 질 좋은 염소고기를 준비하고 일일이 포를 뜬 후, 간장과 설탕, 마늘, 참기름 등 같은 기본적인 불고기 양념을 더한다. 구울 때 석쇠 불을 사용해서 마지막 남은 냄새까지 날려주는 것이 밀양에서 즐길 수 있는 담백한 흑염소불고기 맛이다. 흑염소는 산에서 다양한 풀과 먹이를 먹기 때문에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으면서도, 비타민 B와 E 등 약용성분을 많은 건강식이다.

◇거제 멍게비빔밥

알싸한 바다향이 일품인 멍게비빔밥은 전국적인 음식이 된 거제 특미 중에 하나다. 우둘투둘, 거친 겉모습과는 달리, 오렌지색 부드러운 속살을 숨기고 있는 멍게 살을 숙성시켜 만든 비빔밥이다. 제철에 잡은 멍게 뻘을 빼낸 다음, 잘게 다진 멍게에 아주 약간의 양념만 해서 일주일 정도 냉동고에서 숙성시킨다. 숙성된 멍게를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해 따끈한 밥에 비벼 주면 멍게비빔밥은 완성된다. 멍게에는 타우린 성분이 있어서 노화방지에 큰 효과가 있고, 숙취해소에도 좋은 음식이다. 바다 향을 가득 품은 멍게비빔밥은 그 한 그릇으로도 손색 없는 일품요리지만, 신선한 생선을 넣고 끓인 맑은 국을 곁들이면 그 맛이 배가 된다.

◇거제 볼락구이

청정 해산물이 넘쳐나는 거제에서 회 보다 구이로 더 사랑받는 특별한 음식이 볼락구이다. 볼락구이가 인기 높은 것은 무엇보다 다른 어종과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맛 때문이다. 특히 다른 어종과 달리, 적당히 작아고 맛있는 물고기라서, 통째로 구웠을 때 그 고소함이 극에 달한다. 갓 잡은 볼락은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두어번 칼집을 낸 뒤 굵은 소금 더해 숯불에 구워주면, 그 고소한 향이 군침을 돌게 한다. 볼락은 최대 35cm까지 자라지만, 구이로 먹는 것은 손바닥 만한 것이 좋다. 그 외에 아주 작거나 아주 큰 것들은 젓갈이나 회, 매운탕으로 조리하면 고유의 육질도 살리고,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잘 구워진 볼락의 하얀 속살은 고소하고 쫄깃하다. 짭짤한 껍질은 별미다.

◇양산 산채한정식

전통문화와 뛰어난 자연경관을 간직한 양산은 산이 주는 선물, 산나물 같은 건강한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천성산, 영취산 일대에서 자라는 산나물을 이용한 산채비빔밥과 산채한정식은 양산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맛있게 맛볼 수 있는 대표밥상이다. 특히 양산의 산책한정식은 사찰음식의 정성과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산채는 절밥의 주된 음식 재료로, 조화와 수양을 중시하는 불교 문화에 맞게, 음식들 역시 조리 과정에 특별함이 숨어있다. 강한 맛의 인공조미료 대신,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해 맛을 내는 것은 기본. 가볍고 짙은 맛보다는, 깊고 은은한 맛을 내도록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산의 산채한정식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산에서 나는 더덕과 두릅, 각종 버섯을 이용한 버섯회, 버섯탕수. 그리고 취나물과 고사리, 겨울초 같은 무공해 나물들이 주종을 이러는 건강 밥상이다.

◇의령 메밀소바

의령은 낙동강과 남강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으로, 비옥한 토양에 품질 좋은 농산물이 넘쳐나는 곳이다. 특히 5일장이면 더욱 붐비는 이곳에서 의령의 숨은 맛이 탄생했다. 의령 메밀소바는 이름처럼 일본의 식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이나 차가운 장국물에 면을 적셔먹는 일본의 메밀소바와는 달리, 이곳 메밀소바는 따뜻한 국물에 면이 담겨 나온다. 국물 역시 가다랑어포 대신 멸치 우린물에 장조림 국물을 섞어 한층 한국적인 맛을 살렸다. 메밀면 위에는, 간장 양념에 일주일 정도 졸인 쇠고기 장조림이 올라간다. 고명들도 알록달록하다. 장조림을 만들 때 가장 손이 많이 간다. 장조림국물이 온소바, 냉소바 국물에 전부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잘 만들어야 한다. 잘게 찢은 장조림을 따끈한 멸치국물에 푹 적셔 먹는 맛, 의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함안 쇠고기 장터국밥

한때 우시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함안에서는 빨간 국물의 칼칼하고 시원한 쇠고기장터국밥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장터하면 국밥, 국밥하면 장터국밥! 왁자지껄한 시장에서 부대끼며 먹는 국밥 한 그릇, 지친 몸과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최고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신선한 쇠고기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육수를 끓이고, 선지, 콩나물, 무 등을 푸짐하게 넣고 매콤하게 끓여내면 함안식 쇠고기장터국밥이 완성된다. 한우 암소고기만 사용하고, 조선간장으로 맛을 내어 구수하고 담백하다. 벌건 국물에 맵싸하고 얼큰한 맛이,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경상도 사람들의 입맛에도 딱이다.
박수상·손인준·김종환·여선동·양철우·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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