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의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
“경상대학교의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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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자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던 어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무것도 없는 가정형편에서 어머니의 삶은 오로지 자식을 위한 희생으로 점철되었다. 그 희생 덕분에 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은 어머니 한 분의 희생과 사랑만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시절 지도교수님이 추천하고 알선하여 준 장학금과 입주 과외아르바이트가 없었더라면 대학을 어떻게 마칠 수 있었을까 싶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모든 학비와 기숙사비, 생활비가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되던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아마 나만큼 장학금이 절실했고 그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나는 내가 총장으로 있으며 내 마음속의 모교(나는 내가 경상대학교에 부임한 1987년을 경상대에 입학한 해로 정하고 경상대 87학번이라고 말한다.)인 경상대학교에 4년 약정으로 제법 큰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경남도교육청이 설립한 경남미래교육재단에도 조그마한 정성을 보탰다. 그리고 나의 학적상 모교인 대학에도 내가 받은 장학금에 이자를 더해 기부할 예정이다. 내가 받은 장학금을 후배들에게, 제자들에게 되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또한 경상대가 가장 취약한 발전기금 모금에서, 나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우리 구성원들이 동참한 후에, 외부 인사들에게 발전기금 모금에 동참해 주십사하는 욕심(?)도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한해 등록금은 15조 원이라고 하고, 국가나 대학·기업 등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은 3조5000억 원이라고 한다. 나머지 11조5000억 원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하는데, 단순하게 놓고 보면 6조 원이 있으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해진다. 정부에서, 국회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나라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졸업생 가운데 대학 시절 장학금을 받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받은 장학금의 일부라도 돌려주면 어떻게 될까. 경상대의 경우 1987년부터 25년 동안 6만1000여 명에게 120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전국 모든 대학의 장학금을 합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일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라도 후배들을 위해 되돌려주자는 것이 경상대가 추진하고 있는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이다.

7월 초 이 운동의 시작을 알리자마자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한번에 다 돌려줘야 하느냐는 것에서부터 당장 계좌로 돈을 부치겠다는 연락까지, 동문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어렵게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교수로 정년퇴직한 한 동문은 다음날 바로 돈을 입금했다. “장학금이 없었으면 대학원은커녕 학부도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당자에게 털어놨다. NH농협이나 경남은행 등의 동문회에서는 단체로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에 참여했다. 경상대에 재직 중인 조교들도 한 달에 1만~2만 원씩 정년 때까지 내거나, 한번에 목돈으로 몇 백만 원을 내기로 했다. 운동 선포식을 전후로 보름 남짓 되는 기간에 3억 원이 넘는 장학금이 되돌아왔다. ‘내가 받은 장학금이 후배들에게 학자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어렵던 대학시절 내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그 장학금처럼 배움에 목말라하는 후배들이, 오르지 배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사랑의 장학금을 주자는 것이다. 장학금을 받은 후배들이 먼 훗날 자신의 후배들에게 또다시 장학금을 돌려주는 내리사랑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이 운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학금 되돌려주기 선포식이 끝난 후 열린 모임에서 한 직원은 “보통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이 운동은 시작이 반이 아니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에 대한 우리 구성원들의 각오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불씨는 이미 지폈고, 활활 타오르게 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를 촉구한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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