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4대강 때문이냐…4대강 덕분이냐
녹조, 4대강 때문이냐…4대강 덕분이냐
  • 이홍구
  • 승인 201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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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정부-지자체 녹조 정책혼선, 주민 불안 가중
낙동강 녹조에 대한 정책 혼선이 먹는 물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환경부와 홍준표 경남지사는 녹조 원인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립으로 확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지사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녹조 완화”=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7일 합천창녕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4대강 사업 보 설치로 인해 물이 갇혀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녹조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수량이 풍부해짐으로써 자정능력이 높아져서 과거에 비해 녹조현상이 완화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소양강 댐을 예로 들었다. 홍 지사는 “실제 소양강댐의 경우 물이 댐 안에 갇혀있는 시간이 평균 200일에 가깝지만 녹조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소양강 상류에 축산단지와 같은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녹조의 원인인 질소와 인의 유입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낙동강의 경우 보 설치 이후에도 평균 저수기간이 60일을 넘지 않는다”며 “보 설치로 인해 저류시간이 길어져서 녹조가 심해졌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덧붙혔다.

홍 지사는 이와함께 “낙동강 녹조는 보 설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상류와 하류 축산폐수 등 비점오염원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비점오염원에서 유입되는 질소와 인 농도저감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홍 지사의 주장은 최근 환경부의 4대강 사업과 녹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런 상황이 경남도와 현 정권의 4대강 사업 정면충돌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김두관 전 도지사의 경우 MB정권의 4대강 사업에 사사건건 충돌하여 사업권을 반납하는 극단으로 치닫기도 했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역설적으로 홍 지사가 환경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녹조는 4대강 사업 때문”=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라 충분히 문제가 부각될 때까지 BAU(Business As Usual·인위적 조작 없이 평상시대로)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지난달 25일에는 “(4대강 녹조 문제는) ‘변곡점’을 넘지 않는 상태까지 간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처럼 대응해야 환경부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이같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녹조 상황을 방치하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미리 인위적·작위적 조치를 하지는 말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 먹는 물을 담보로 4대강사업 반대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전 정부의 짐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문제들을 이른 시일 내에 다 드러내 밝히고, 박근혜 정부의 어젠다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환경부는 수질 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열라고 관계 기관에 적극 요청해야지 내버려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녹조와 관련 정부 부처간에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환경부는 “MB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동원돼 인력으로 녹조를 치워 시각적으로 숨기거나 상수원으로 이용하지 않는 영산강에서도 댐 방류를 했다”고 했다. 이에대해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던 유영숙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녹조를 줄이려고 열심히 조류를 제거한 건 맞지만 4대강 부작용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녹조를 제거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였다”며 환경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녹조확산 이달 중순이 고비=환경부는 낙동강 녹조 현상이 이달 중순쯤 가장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부는 “7월 마지막 주 기준 합천 창녕보에서 측정된 남조류 1만8672개는 아직 작년 최고치(물금취수장 1mL당 54만개)의 29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조류 출현 시점이 늦기 때문에 이달 중순이 되면 작년 정점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지난달 30일자로 조류경보가 발령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경남도는 현재 조류경보 발령에 따라 폐수배출업소, 축산 농가 등 주요 오염원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하는 등 낙동강 본류 조류 저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조류경보가 발령된 7월 30일 이후 조류독성(마이크로시스틴) 분석 결과 8개 정수장 모두 불검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조에 대한 정부 부처·지자체 간 정책 엇박자로 도민들의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원 박지석(38·창원시)씨는 “녹조에 대해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당장은 수돗물이 괜찮다고 해도 4대강 사업에 대한 판단과 녹조 원인이 제각각이어서 앞으로 낙동강 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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