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 맛보는 감칠맛 나는 옛 잔치상
고택에서 맛보는 감칠맛 나는 옛 잔치상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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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23>밀양이야기
▲열두대문 한정식.
 
 
 
밀양은 북동쪽은 화악산, 가지산의 지맥이 융기해 있어 산세가 험준한 산간지대를 이루지만 남쪽은 낙동강과 밀양강 유역에 광활한 상남·하남 평야가 전개되어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으므로 농업생산력도 높은 곳이며, 연수(단물)가 풍부하여 일찍이 섬유공업이 발달하였고, 풍부한 천연생수가 밀양강 낙동강으로 흘러들면서 담수어의 생육에 좋은 조건을 이루고 있어 담수어업도 성하다.

밀양아리랑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활동적이고 경쾌하면서 규칙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곡선에 의한 유동적인 형태의 표현으로 자유로우면서도 어떠한 움직임에 있어서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향의 이미지를 담아 전통의 보존과 더 나은 미래 삶을 지향하는 고품격 브랜드를 꿈꾸는 밀양을 찾아 더위도 아랑곳없이 먼저 삼랑진 양수발전소로 향한다.

계속되는 무더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양수발전의 추가 건설도 검토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 모두가 절약하여 생기는 발전소가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발전소의 홍보관을 관람하고 하부댐인 안태호를 돌아 상부댐인 천태호로 올라서니 천태산으로 이어지는 수려한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이의 마음을 다 앗아갈 지경이다. 삼량진양수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설된 양수발전소로 전력계통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30만kw급 발전기 2기를 건설하여 총60만kw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순양수식 지하발전소이며 전력생산은 물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발전 설비로 많은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학생들의 과학학습장으로도 각광을 받으며, 봄이면 발전소 진입로에서 안태호에 이르는 5km의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루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천태호.

만어사


시원한 천태호 주변에서 그냥 쉬면서 놀고 싶지만 오지 중의 오지인 만어사로 가기 위해서 먼저 점심식사를 할 집을 찾는다. 시골냄새가 물씬한 삼량진 주변에도 의외로 먹거리 좋은 집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늘은 입맛이 좀 까다로운지 벼르고 찾아간 승만식당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찾아들 때는 돌솥밥집인 줄 알았는데 매생이 굴탕, 매생이 전골, 매생이 칼국수, 콩나물해장국, 정식 등의 차림만 있어 나오려다 그냥 자리하여 정식을 시켰는데 시골 인심이 느껴지는 밥상을 받아 소박하게 점심식사를 즐겼다. 소찬이지만 푸짐하게 구워낸 생선구이는 함께한 사람들이 즐거움을 나누며 식사하기에 충분하였고 계절에 맞추어서 얼큰한 매생이 굴탕이나 전골로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시원하게 속 풀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

밖으로 나오니 땀이 비 오듯 하는 날씨지만 흙먼지를 날리며 고갯길을 올라 만어사로 간다. 만어사는 해발 674m의 만어산 8부 능선에 위치하고 삼국유사에 가락국 수로왕이 창건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 고대 불교의 남방 전래설을 뒷받침해주는 전통사찰로 많은 전설과 갖가지 신비한 현상을 간직하고 있다. 만어사 앞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고기형상의 돌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그 돌들은 부처영상이 어린다는 산정의 불영석을 향하여 일제히 엎드려 있는 듯하고, 이들은 오랜 옛날 이곳에 살던 나찰녀(사람을 잡아먹는 귀녀의 이름) 다섯과 독룡이 사귀면서 횡포를 일삼다가 부처님의 설법으로 돌로 변한 것이라 한다. 이때 큰 홍수를 따라 동해 바다에서 올라온 수많은 물고기들도 함께 돌로 변하였다는 전설이 있는데, 크고 작은 반석들은 두드리면 2/3 가량이 종소리와 쇳소리 옥소리가 나는 신비로움이 있고, 새벽녘이나 봄비 내리는 날에 피어오르는 안개는 주위를 바다로 만들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영남루.

세월이 지나면 만어사로 오르는 길도 좋아지겠지만 다시 오기 힘든 곳에서 더 많은 신비를 느껴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려 영남루로 향한다. 밀양 시가지로 들어서니 교통의 중심지답게 조금 혼잡하지만 영남루 주변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도 괜찮아 편안하게 주차를 하고 오랜만에 영남루에 오른다. 영남루는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로 신라 경덕왕 때 신라의 5대 명사 중에 하나였던 영남사의 부속 누각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고려 공민왕 때 밀양부사 김주가 규모를 크게 중수하였으며, 현재의 누각은 이인재부사가 1844년에 중건한 것이라고 한다. 영남루는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보물 제147호로 지정되어 있고,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변 절벽위에 위치하여 깨끗한 밀양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외적인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높은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의 경치 또한 수려하여 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영남루 일원에는 단군을 비롯한 창국 8왕조의 위패를 모신 천진궁과 그 앞의 뜰에 꽃으로 피어나 선명하게 관광객을 반기는 석화군락, 아랑낭자의 전설을 간직한 아랑사당, 530여년을 이어온 밀양읍성, 옛 영남사의 부속 암자였던 천년 고찰 무봉사, 박시춘 선생 생가 등이 있어 밀양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어 한나절은 머물며 요모조모 둘러봐야 하지만 이팝나무가 필 때이면 아름다운 반영을 보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위양못으로 간다. 위양못은 신라시대 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백성들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위양지라고도 한다는데, 저수지 가운데에 5개의 작은 섬과 완재정 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으며 이팝나무 등 진귀한 나무들을 심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선비와 문인학자들이 즐겨 찾았던 명소이며 특히 봄이면 비 내리는 위양못가를 걷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많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주변에는 밀양연극촌 가산저수지를 비롯하여 퇴로리 고가마을이 있어 시간이 멈춘 듯 옛 풍경 속에서 젊음의 활기를 펼치며 발길 닿는 곳마다 품격 있는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탐방로를 걸으며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는 밀양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곳이다.
 

사명대사 생가


사명대사 유적지.

 
 

이제 사명대사유적지를 찾아간다. 사명대사유적지는 밀양출신인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애민애족의 숭고한 얼을 기리기 위하여 지난 1999년부터 8여년에 걸쳐 부지면적 4만9146㎡에 사명대사 동상과 사명대사 기념관 추모공원 기념비 등을 조성하여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풍수사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여기 뒷산은 천리를 달려온 목마른 말이 엎드려 물을 먹는 형상이요, 주산은 동자형이며, 그 아래는 좌청룡과 우백호가 감돌며 맑은 연못이 있다. 안산은 범이 엎드려 생가지를 수호하고 있고, 원안은 보검인데, 외원안 다섯 봉우리가 읍(揖)을 향하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삼국의 명장이 날 명산이라 하였다”하니 생가지와 유적지를 둘러보며 그 옛날 구국의 힘을 느끼며 밀양의 맛집을 찾는다.

밀양에서 특색 있는 먹거리로 밀양돼지국밥 추어탕 고동국 청국장 묵밥 대구탕 한정식 등을 들 수가 있는데, 오늘은 2~3일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못하는 열두대문한정식을 찾았다. 교동 고택마을에는 99칸의 한옥을 비롯하여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한옥이 6가옥이나 있는데 고택마을에서 가장 큰 집은 ‘밀양 교동 손씨고가’로 이 고택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옛날 잔칫집에서 먹던 전통음식을 위주로 가격에 따라 다양한 상차림을 내는데 맵고 짠 경상도 음식과 달리 자극성이 없으면서도 음식 재료의 개성을 잘 나타내는 감칠맛이 특징이다. 양반가의 음식답게 고기가 많이 들어가지만 조미료나 인공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고 궁합이 잘 맞는 재료를 선택하여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아있도록 조리한 것이 특징이다. 반상에 오른 음식 가운데 수란채국과 약장은 별미 중 별미이며 수란채국은 싱싱한 달걀과 문어, 해삼, 다진 쇠고기, 미나리, 실파 등을 잣 국물에 30분 정도 맛을 배게 한 음식으로 그 첫맛은 톡 쏘듯 하지만 부드럽게 혀를 감싸는 맛으로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랐다니 오늘은 열두대문한정식으로 밀양에서의 맛이 있는 여행을 마무리 한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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