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진정한 휴식, 친환경 휴가
자연과 함께하는 진정한 휴식, 친환경 휴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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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지루한 장마가 끝나니 햇볕이 뜨겁다. 8월은 여름뿐만 아니라 휴가도 절정인 시기다. 여름휴가는 더위를 피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삶의 쉼표가 휴가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휴(休)테크’란 말처럼 ‘의미 있는 쉼’은 삶을 재충전하고 자기발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쉼’의 의미는 무엇일까. 휴가(休暇)는 쉴 휴(休)에 겨를 가(暇)로, 쉴 수 있는 겨를이나 여유를 얻는다는 의미다. 이중 쉴 휴(休)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木)에 사람(人)이 기대어 쉬는 형태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편안하게 심신의 피로를 풀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휴가는 어떠한가. 과연 ‘의미 있는 쉼’에 부합하는지 문득 의문이 든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전체 휴가객의 79.4%가 승용차를 이용할 계획이라던 말처럼 고속도로는 휴가를 떠나는 승용차들의 행렬로 붐비고 있다. 넓고 넉넉했던 바다와 산은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히려 휴가지에서 고생을 사서 하며 심신이 피로하니 재충전이 될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보낸 휴가의 흔적이 지구에게는 무거운 짐으로 남겨진다는 사실이다. 휴양지에 엄청난 피서 인파가 몰리면서 아름다운 자연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휴양지인 해운대는 요즘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9t에 이를 정도다. 에너지와 자원의 과소비 문제도 등한시할 수 없다. 넘쳐나는 쓰레기, 오염된 물, 훼손된 자연,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문제까지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휴가를 좀 더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나’뿐 아니라 ‘지구’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친환경 여행’이 있다. 친환경 여행이란 휴가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이동, 여행지에서 보내는 기간 동안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환경을 사랑하는 여행을 말한다. ‘나’를 위해 여행의 전 과정을 즐기면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지구’와 함께 행복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친환경 여행으로 친환경 휴가를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출발 전 집안의 불필요한 전기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차단하여 전력손실을 막는다. 이동할 때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가피하게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친환경 운전수칙을 준수한다. 물론 아름다운 여행지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분리수거를 하고 일회용품 사용과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청량감을 편안히 느끼며 교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친환경 휴가일 것이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여행은 분명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쓰레기와 온실가스 배출을 급증시키는 행동은 이제 멈춰야 한다. 장자(莊子)는 ‘추수편(秋水篇)’에서 ‘대지관어원근(大知觀於遠近)’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앎이란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다보면 멀리 놓인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까이 놓인 삶을 볼 수도 있다. 자연 속에서 함께 공존하며 보내는 친환경 여행을 통해 어제의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인식과 깨달음으로 자신을 채우고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가며 휴식일 것이다.

이제 나만의 편리함을 생각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좀 더 넓게 생각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우리가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지구환경을 지키는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나와 지구 모두를 위한 친환경 휴가를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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