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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 초록 깊어지는 원시림경남일보선정 100대 명산 <65>함양 영취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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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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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원시림


영취산 주릉 언덕빼기에서 만난 60대의 대간꾼은 지쳐 있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그는 “오늘 목적지가 덕유산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획대로 가지 못하겠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무더운 날씨에 안전산행을 당부하고 발길을 돌렸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백두대간 종주인데…” 그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무엇이 많은 사람들을 산으로 이끄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오래 전 이 길을 걸었다. 그런데 생경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음이기도 할테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산을 대하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영취산은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영취산에서 덕운봉 2.2km가 대간구간이다. 남으로 백운산→지리산, 북으로 민령→육십령→덕유산으로 연결된다. 동으로 낙동강, 서로 금강, 남으로 섬진강을 나누는 분수령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이다.

또한 이 산이 끼고 있는 부전계곡은 여타 계곡에 비해 물의 온도가 10도 정도 더 낮아 발을 오래 담글수 없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원시림. 정상부근에서 부전계곡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까지의 2km구간. 이끼 뿐만아니라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칡과 다래넝쿨이 얼키고 설켜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군에서는 계곡과 순수자연림을 보호하기위해 도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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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


참 무더운 날씨다. 가마솥처럼 푹푹 찌는 날씨의 탈출지가 산이라면 의아해 할지 모르겠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골에 땀이 ‘주르륵’ 흐르고 신경질이 나며 더워 죽겠는데 ‘죽어라’ 고 된비알을 오르면 오죽하겠냐는 논리일 것이다. 실상 그렇지만은 않다. 산 밖에 도시의 기온이 35도라면 해발 1000m정도의 산에서는 불어오는 바람과 숲이 주는 청량감 때문에 10도정도 낮은 25도 내외가 된다. 거기에다 차가운 계곡을 낀 산행이라면 5도정도 더 낮게 느껴진다. 산행 말미에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그면 이는 기온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산행의 포인트 역시 여름산행이다. 우리고장 가까운 곳에 영취산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라는 점을 적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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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

▲영취산(1076m)은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경계를 이룬다. 여수와 창녕 영취산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속 있고 야무진 산이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산 이름이 ‘신령스럽고 빼어나다’는 말인데 어울리는 말이다.

▲산행코스는 부전마을 주차장을 들머리로→부계정사→송림→산소옆 갈림길→능선→제산봉→헬기장→안부갈림길→덕운봉(950)→백두대간 덕운봉→논개 생가 갈림길→영취산 정상→선바위 고개→부전계곡 상류→용소→주차장까지 12㎞에 휴식시간 포함 7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오전 8시 30분 부전마을 주차장을 출발한 뒤 걸음을 재촉하면 왼쪽이 부전계곡이다. 너럭바위 바닥 위로 흐르는 물이 햇빛에 반사돼 별처럼 반짝인다. 오른쪽 들가운데 서 있는 고가는 부계정사. 빛바랜 기왓장의 솟을대문에 만행문이라고 씌어져 있다. 조선후기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후학을 가르쳤던 곳이다.

적송으로 구성된 20∼30여그루의 송림은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올봄 돋아난 솔잎과 어울려 대비되고 또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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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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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룡뇽
 
 
송림이 끝나고 작은 쌍분이 있는 곳이 갈림길이다. 정면으로 가면 부전계곡을 통해 영취산으로 직접 오르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오른쪽을 택해 숲속으로 들어갔다.

팔이 나뭇가지에 긁혀 불편할 정도로 숲이 높고 길도 선명치 않다. 산행안내 리본을 의지하면 되지만 기본적으로 ‘오른쪽 사면을 통해 능선에 올라선 뒤 제산봉 덕운봉 영취산으로 간다’는 개념만 서 있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러나 안내리본과 바닥에 인적이 있는지를 세심히 관찰하면서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1시간이 채 못돼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이때부터 비교적 편안하고 여유 있는 능선길 주행이 시작된다. 전방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바위도 나온다. 바로 옆에 역삼각뿔 모양의 작은 연못 하나. 수십마리의 도룡뇽과 산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죽을텐데 알까지 있는 걸 보면 적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물은 확보되는 것으로 보인다.

1시간을 넘길 즈음 제산봉을 지나고 헬기장. 이어 2시간 30분만에 백두대간상 덕운봉(956m)과 조우한다. 2020년 올림픽 부산유치범시민지원협의회 부산낙동산악회에서 덕운봉 정상표시 판넬을 나무에 걸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가 내달 7일 결정된다고 한다. 터키 이스탄불과 일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부산은 이미 경쟁에서 제외된 상황.

다시 10분을 더 걸어 오리지날 백두대간 덕운봉을 만난다. ‘민령 5.3km, 영취산 2km’ 낡은 이정표가 삐딱하게 서 있다. 10분 전에 만났던 덕운봉과는 무슨관계인지, 어느 곳이 정확한 백두대간인지는 알 수 없는데 삐딱해도 오래된 이정표가 더 믿음이 간다.

덕운봉을 벗어나면 2m가 넘는 산죽이 얼굴까지 가린다.

이 지점에서 헷갈리는 등산로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앞에 우뚝하게 솟아 있는 영취산만 바라보고 가면 왼쪽 산 언덕으로 오르는 길과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가는 갈림길이 나오게 되는데, 이곳에서 산을 오르면 안되고 오른쪽으로 산 허리를 돌아 직진해야한다. 산으로 올라가게 되면 둔덕에서 왼쪽 아래 부전계곡으로 떨어지는 길과 만나게 돼 목적지 영취산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계곡으로 추락하는 신세가 된다. 가파르기 때문에 한번 내려서면 돌아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죽을 헤치고 활엽목 언덕을 올라 서, 출발 4시간이 약간 못돼 영취산 정상에 닿았다. 사방이 키큰 관목으로 둘러 싸여 전망이 도통 없다. 오른쪽으로 금남호남정맥길이고 왼쪽이 백운산 방향 대간길이다. 정상석 뒷편에 ‘신령스럽고 빼어나다’는 영취산 내력이 새겨져 있다.

정상에서 10여분 정도 더 진행하면 선바위 고개마루에 선다. 오른쪽은 무룡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이 부전계곡 하산 길이다.

인근 경치좋은 곳에서 50여분 정도 꿀맛같은 휴식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면 하늘로 날아갈듯한 상쾌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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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폭포

하산길이 희미해 내려서면 덜컥 겁부터 난다.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 올 수 없을 정도의 낭떠러지길이다. 독도와 길눈이 밝은 사람이 앞서는 것이 좋다.

2시간 동안 계속될 영취산의 보물창고 원시림과 부전계곡의 서막일 뿐이다.

처음부터 육산의 급경사. 흙이 사람과 함께 쓸려내려간다. 내려갈수록 경사가 더 급하고 날카로운 바위들이 깔려 있어 미끄럽고 위험하다.

그래도 일단 마음을 다잡고 내려서면 마음이 달라진다. 위험하긴해도 숲의 향기부터가 달라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원시림의 대명사격인 넝쿨과 이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위가 온통 이끼를 덮고 있어 초록의 융단을 보는 것같다. 심지어 오래된 나무들도 이끼를 갑옷처럼 입고 있다. 고목의 활엽수는 굵거나 얇은 다래 넝쿨, 칡넝쿨을 인디언 장식처럼 치렁치렁 달고 있다. 바닥에는 고사리와 양치식물들이 낮게 깔려 태고적 신비감을 더한다. 정글 속에 들어와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바위가 자연적으로 엉기고 성겨 밟을 때마다 ‘서걱 서걱’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바위와 이끼를 밟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곳이 많이 알려지면서 사람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등산객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이나 각종 쓰레기 등이 바위틈에 끼어 있기도 하고 나무들도 많이 꺾여 있다. ‘스치듯 살며시 지나가는 매너’가 요구되는 산행지라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원시림 구간이 끝나면 바위틈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양쪽 계곡에서 모인 물이 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땅속으로 흘러내려 간다.

이때부터 부전계곡이다. 웬만큼 내려오면 물이 지상으로 드러나면서 본 모습을 보여준다. 물은 손이 시릴정도로 차갑고 또 맑고 깨끗하다. 물가에 앉으면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시절을 잊게한다.

울창한 숲, 약한 햇빛, 인적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다행히도 계곡은 아직 푸르고 프르게 살아 있다.

하산시작 후 1시간 30여분, 출발 후 7시간의 산행시간이 지나면 수량이 많아지면서 계곡은 넓어지고 허연 암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암반과 그 위로 흐르는 물이 크고 작은 소와 담을 이룬다.

작은 여울에서 탁족의 시원함도 잠시…, 다시 세상의 무덥고 뜨거운 열기 속으로 이끌리듯 발길을 옮긴다. 뒷통수를 간지럽히는 것은 벌레가 아니라 영취산이다.

영취산~1
영취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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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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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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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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