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육아에서 헤엄치는 부모
직장과 육아에서 헤엄치는 부모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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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며칠 전 신문에 방과 후 갈 곳 없는 초등 저학년과 직장 맘 이야기가 실렸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에 거주하는 초등 1~3학년 5명과 학부모 37명을 인터뷰한 결과인데, 내용인즉 직장 엄마의 경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일과 양육 사이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져 결국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일과 육아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끔찍한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아이의 하루 동선을 짜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이는 맞벌이하는 엄마가 집에 퇴근하기까지 어린 자녀가 집에서 혼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학원 스케줄 표를 짜서 엄마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통상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쉬었다가 아이가 크고 나서 다시 재취업하는 길로 가야 하는데, 이 경우는 경력단절이라는 엄청난 손실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직장맘은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이뿐이랴. 방학이라도 하게 되면 직장 엄마들은 다시 한 번 아이들 일과표 조정에 머리가 아프다. 학원 보내기는 아이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귀가하기 전까지 아이의 안전을 위해 학원으로 내돌리는 것이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 탈 많은 학원 차들을 여러 번 태워야 한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하지만 이것이 가정과 직장을 양립해야 하는 우리나라 맞벌이 부모들의 전형적인 과제이다.

한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입장을 보면 학교 갔다 오면 나홀로 된 아동들은 혼자서 부실한 저녁을 먹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학교 급식이 없는 방학에는 점심이 고민거리인데, 초등 저학년 아동은 방과 후 학교가 끝난 후 귀갓길에 점심을 사먹는데 주로 자장면이나 김밥 혹은 떡볶이, 과자로 점심을 때우고 남은 돈으로 PC방에 가서 게임에 빠지기도 한다.

초등 저학년은 ‘구체적 조작기’ 시기로 아직 청년의 ‘형식적 사고’로 정립되지 못한 시기이므로 판단력에 있어 한계가 있다. 즉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의 상당부분이 논리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이들 나홀로 아동에게는 생활을 통제할 어른이 없다는 것은 충동조절이나 시간관리가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실증으로 서울·경기 초등 1~3학년 466명을 조사한 결과 어른이 없는 집 아동의 51.8%는 집에서 주로 하는 활동으로 ‘TV보기’를 꼽았는데, 이는 어른이 있는 집 아동의 ‘TV보기’(36.4%)보다 훨씬 높았다. 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게임을 주로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집에 어른이 있는 경우(21.5%)보다 어른이 없는 경우(28.6%)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결국 방치된 아이들의 문제는 빈곤층 등 특정계층뿐 아니라 일반 맞벌이 가정에서도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방치된 아동은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클 뿐 아니라 우울, 위축 등 정서적인 문제와 학습 부진으로 연결되어 10대 후반 이후에 음주, 흡연, 약물, 폭력 등 비행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족 친화적인 기업환경 강화로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 병행되어야 함은 필수이다. 문제는 아직도 기업이나 일반인들의 인식이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측면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에서 적극 추진해 실행하고 있는 만 3세~5세 누리과정이나 출산수당, 그리고 가족 아동 양육수당 역시 이들 어린아이들을 잘 양육시켜 다음세대의 좋은 사회구성원으로 키우자는 취지이다. 궁극적으로는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헤매는 부모의 위치에 대한 배려도 마찬가지이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걱정 없이 회사에 전념할 수 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도 더 성장할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일반인 모두가 이러한 인식을 고양해야 할 것이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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