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를 찾아나선 베테랑 기자의 여정
신의 존재를 찾아나선 베테랑 기자의 여정
  • 원경복
  • 승인 201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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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영라디오 대표기자 바바라 해거티 ‘신의 흔적을 찾아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역사적으로 늘 치열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한 화두다.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으니 믿을 수 없다”는 과학계와 “의심을 버리고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종교계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의 존재’를 다룬 책은 대부분 과학계나 종교계 어느 한 쪽 주장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최근 국내 번역된 ‘신의 흔적을 찾아서’(원제: Fingerprint of God)는 이런 점에서 상당히 독특한 시도를 담았다. 무엇보다 ‘팩트’를 중시하는 언론인이 취재하듯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25년 경력의 탐사 전문 작가로 미국공영라디오방송 NPR의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인 바바라 해거티. 깨달음으로 만병을 고칠 수 있다는 ‘크리스천 사이언스’교 신자였던 그는 여러 차례 영적 체험을 하며 신의 존재에 깊게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책에서 언론인 특유의 냉철한 감각과 최첨단 과학 연구 성과를 무기로 삼아 ‘영성의 과학’을 탐사했다.

 특히 뇌파 측정기와 뇌 스캐너로 영적 체험이 일어나는 순간까지 포착할 정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에 주목했다. 생각이나 감정이 몸의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발견되는 등 과거 미신으로 여겨진 것들이 이제는 과학 영역에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론슨은 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CD4(면역 체계의 일부로서 HIV 같은 바이러스와 종양을 퇴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포를 2배 오래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신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CD4 세포를 3배 오래 유지했다.”(73쪽)

 그는 다른 저명한 과학자도 차례로 만나 영성을 추구하게 하는 ‘신 유전자’, 천국과 지옥의 이미지를 만드는 뇌의 화학 물질 등도 추적한다. 영적 체험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마이클 퍼싱어 박사의 의견도 듣는다.

 또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신체에 ‘작지만 의미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양자물리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목격했다”며 “신비주의와 과학이 만나는 그 자리에서 나는 신이 우리의 기도와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매개자일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털어놓는다.

 아울러 티베트 불교 승려, 프란체스코회 수녀, 시크교도, 오순절파 기독교도 등 여러 종교의 영성 전문가도 등장한다. 임사체험 연구 등을 통해 뇌와 정신의 관계도 들춰본다.

 사실 ‘신의 존재’를 검증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도전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을 뿐이다.

 저자도 결국 판단을 보류한 채 긍정도 부정도 아닌 결론을 전한다. 다만 과학과 종교의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찾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학이 아무리 신을 추방하려고 애써도, 신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영적인 순간에 신과 끊임없이 마주치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이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신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지수 옮김. 김영사. 388쪽. 1만4000원.

연합뉴스

신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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