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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굽 (허형만 시인)
경남일보  |  j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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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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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 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가는


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





※작품설명=나의 체중과 직립을 견디어 준 구두. 처절한 역사의 그 모퉁이를 돌았을 발뒤꿈치의 고통을 대신한 흔적들을 깔아 끼운다. 엄중한 잣대의 이데오르기를 요구한 이 시대에도 습관과 사유가 고루 닳지 못하고 비딱해 있었다. 좌·우파의 단세포적인 기준이 뒷덜미에 따갑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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