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게도 휴가를
자연에게도 휴가를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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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소장)
직장인 대부분이 7월말에서 8월 중순 사이에 여름휴가를 즐긴다. 그동안 직장과 가정에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고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이다. 여름철 피서지로는 바다와 계곡이 단연 일등이다. 바다는 넓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파도놀이와 해변의 부드러운 모래, 수많은 사람들의 기쁨의 세레모니를 보는 즐거움이 있고 깊은 산속 계곡은 햇볕을 가려주는 우거진 숲과 맑은 물, 시원한 바람, 수려한 자연환경이 좋다.

필자는 올 여름 피서를 ‘민족의 영산’ 지리산 계곡을 다녀왔다.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이자 5대 명산 중의 하나로 계곡과 등산로가 많은 곳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계곡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올 여름은 중부이북지방에는 장맛비가 많이 왔으나 남부지방에는 비가 턱없이 적게 와 농작물은 가뭄 피해를 입었다. 이런 와중에도 지리산 계곡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쏴악솨악 하면서 바위 등을 업고 쉼 없이 흘러 내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주변의 경관은 수려하다 못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 오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렇게 많은데….

하지만 사람들이 머물다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동물들이 영역 표시라도 하듯 그 흔적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날을 위해 준비해온 먹거리는 과히 번개시장을 이곳 계곡으로 옮겨 놓은 듯 다양하다. 이 다양한 준비물이 결국은 다양한 형태의 쓰레기로 탈바꿈하여 비가 오면 우리가 먹는 식수원인 진양호로 흡입된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태풍이 지나가면 서부경남 100만의 식수원인 진양호에는 비닐봉지, 과일껍질, 나무막대기 등 부유물로 몸살을 앓고 지나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마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에서는 매년 집중호우 시 진양호에 쌓인 수천t의 부유물들을 걷어내고 있다. 이 많은 부유물 중에 내가 버린 것도 들어 있을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현상은 사람들의 작은 의식부족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후손들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자연, 휴가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재충전의 에너지를 회복함에도 자연에 대한 고마움은 생각지도 못하고 불평과 불만을 먼저 토로하고 편한 방식을 고집한다.

올여름 연일 갱신하는 기온은 이제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한 장의 경고장 같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다 이제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자연에게 휴가를 선물해 주고 싶다. 사람만 휴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연에게도 이제 충전의 기회를 자연의 일부분인 우리 사람들이 마련해주어야 할 때이다.
 
김종식 (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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