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창출 세대별 다양화로
노인 일자리 창출 세대별 다양화로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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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경남도의원)
통계청 등에 따르면 6월 현재 경제활동인구 2629만1000명 가운데 50세 이상은 전체의 35.6%인 936만3000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0년 전 50세 이상 비중이 24.0%에 불과했으나 10년 새 11.6%P나 급증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생) 전체가 50대 이상에 포진한 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지만, 경제적 여유 부족으로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요구도 여전한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 문제는 우리 사회가 급증하는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요구를 어떻게 충족할 수 있느냐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은 요양원 증설, 실버타운 조성, 독거 어르신 돌봄 서비스, 경로당·노인회 지원 확대 등 보호대상인 어르신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호·지원정책이 필요하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초래할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변해야 한다. 고령인구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지원하고 대상도 50대 퇴직자까지 넓혀야 한다. 새로운 노년층의 제2인생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시급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지역사회의 보호를 받는 세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세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본다.

70~80대는 노인복지관, 경로당이라도 있지만 50~60대 베이비부머는 갈 곳이 없다. 사회관계가 끊어지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외로운 ‘등산족’으로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노년층이 배우고 즐기며 공동체를 형성할 공간이 절실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최대한 세대별로도 다양하고 개인별 능력에 맞는 일자리, 안정적·자립적 노후생활을 보장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이들이 실질적인 경제활동에 참여케 하는 고용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의 공공형 일자리를 민간형 일자리로 개편하는 노력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 지자체와 학교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전문성 등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은 노인이 겪는 역할 상실, 고독과 소외감 같은 정신적 문제에 도움이 된다. 일로 빈곤문제도, 건강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의료비 등 노인부양 비용이 줄면 국가재정의 절감효과도 생긴다.

2011년 현재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곤한 노인은 45.1%에 달한다. 이러한 노인 빈곤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정부에서는 ‘노인 일자리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2만5000개였던 노인 일자리는 현재 23만개로 늘어났다. 그동안 어르신들의 절실함을 인식하고 일자리 숫자를 증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오히려 중·고령층 고용률이 상승할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아졌다고 조사됐다.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오히려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덜어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고령자 취업구조를 보다 견고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선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60세 정년연장법’에 맞춰 민간기업의 정년연장 시행을 유도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37.5%에 불과한 60세 이상 정년 기업의 비율을 높이려면 정부의 유도만이 아니라 임금 피크제 등에 대한 노사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는 “노인의 가난은 모든 형태의 가난들 중 가장 차가운 궁핍”이라는 말이 나온다. 혹독한 노년기 빈곤은 자살·우울증·사회범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 정부에서는 노인 빈곤에 문제의식을 갖고 노인 일자리를 현재 23만개에서 2017년까지 매년 5만개씩 늘린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며 고령사회를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 해답을 던져 주길 기대해 보면서 한때 찬란한 젊음이 있었고 피가 끓는 열정도 있었던 그들의 외롭고 고단한 노년. 하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일일 수도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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