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100대명산
중력과 장난하는 바위들의 놀이터경남일보선정 100대 명산 <66>합천 허굴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8.23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gn20130816합천허굴산 (64)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허굴산 명물 코끼리바위
 
 
 
몇해 전 지리산 자락 산청군 금서면의 어느 작은 산에서 발견된 공개바위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일명 ‘피사의 사탑’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로 집채만한 바위 다섯개가 차곡차곡 쌓여 삐딱하게 서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됐음에도 누군가 인위적으로 쌓은 것처럼 보이고 또 약간 기울어져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인다.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기 시작해 작은 산이 졸지에 ‘명산’이 됐다. ‘공개’란 옛날 놀이가 별로 없던 시절 여자 아이들이 ‘작은 돌 다섯개’를 갖고 노는 놀이로서 꽤 인기가 있었던 놀이.

합천 허굴산 중턱 어느 지점에서 또 하나의 특이한 바위를 목격했다. 청강사 방향 하산 길에서 ‘땅바위’라고 씌어진 안내판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 사람의 키높이보다 1.5배 정도 더 높은 공중에 어마어마한 바위가 버티고 선다. 공중에 떠 있는 부석인데 방금이라도 밑으로 내려 꽂힐 듯한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어 중압감을 준다. 실제 바위 밑으로 다가가 바위와 하늘을 쳐다보면 공포감이 들 정도다. 이름이 땅바위라고 하니 영 어울리지 않아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구름바위’ 정도가 좋을 것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산에서 내려와 만난 주민은 ‘땅바위’라고 하니 몰랐고 ‘코끼리바위’라고 말해주었다.

어찌됐건 이 거대한 바위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쪽 부분이 산사면의 흙과 바위가 서로 엉켜 박혀 있고 반대편부분이 외부 공중에 많이 노출되고 돌출돼 생긴 현상이다.

이 산 아래에서 6km떨어진 곳에 있는 황계폭포는 합천 최고의 절경폭포이다. 가뭄으로 수량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움이지만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다가가면 웅장한 소리가 귓청을 때린다.
 
gn20130816합천허굴산 (75)
청강사 앞 정자나무10여그루


▲산행은 합천 대병면 장단2구마을회관→장단교→묘지2기→댐처럼 생긴바위→마당바위→용바위→첫번째 허굴산정상석→두번째 허굴산 정상(하산)→코끼리바위→청강사→1026번국도→장단2구마을 회관 지나 장단교회귀. 5.6km에 휴식시간 포함 5시간 소요됐다.

▲허굴산은 합천군 대병면에 소재하는 옹골진 암산이다. 높이가 불과 682m밖에 안돼도 있을 건 다 있다. 토종 솔숲이 있는가하면 활엽수도 있고 철쭉같은 관목류도 자라고 있다. 뭐니해도 산 전체가 진귀한 형태의 바위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름하여 용바위 마당바위 송곳바위 맷돌바위 코끼리바위가 그것이다. 단연 압권은 앞에서 언급한 코끼리바위다.

지리적으로는 인근에 금성산이 있고 악견산 의룡산이 위치해 있다. 허굴산은 금성산과 연계 산행하면 6∼7시간이 소요되며 악견산 역시 의룡산과 연계하면 6시간이 소요된다. 어느 산을 오르더라도 모산격인 황매산이 보이고 가뭄에 지친 합천호가 언뜻언뜻 시야에 들어온다.

▲들머리는 ‘장단2구마을회관’에서 차량으로 1분거리에 있는 장단교. 다리 건너 농로를 지나 산에 다가가면 등산로가 열려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서인지 숲이 들어차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며 온통 거미줄이 쳐져 있다. 거미줄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좋지 않아 선행자는 이를 감수해야한다. 하루살이같은 작은 벌레도 눈동자와 귓속으로 파고들어 영 괴로운 것이 아니다.
허굴산
합천최고의 황계폭

유난히 뜨겁던 태양 덕에 밤송이는 시절을 앞서가고 있다.

출발 5분만에 2기의 묘지를 지나고 10분만에 첫번째 전망이 보이는 곳에 닿는다. 맞은편 합천호 방향 오른쪽으로 금성산과 악견산이 옹골차게 보이고 돌아선 뒷편에는 황매산이 구름을 치뚫고 있다.

40분만에 등산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규모가 꽤 큰 바위에 닿는다. 바위형태가 댐을 쌓은 것처럼 길게 드러누워 있다. 댐바위에 올라 서서 끝을 향해 걸어가면 양쪽이 모두 낭떠러지로 균형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아찔한 것을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걸어 도전해볼만한 댐바위다.

다시 오름길을 재촉하면 출발 50여분만에 흔들바위가 있는 너럭바위를 만난다. 이번에는 왼쪽이다. 마당처럼 넓은데 족히 100여사람은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규모다. 너럭바위 가장자리에 승용차 만한 바위가 동그마니 놓여 있는 것은 흔들바위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으니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오르면 송곳처럼 생긴 바위도 등산로 상에 있다.

멀리 보이는 합천호는 가뭄으로 저수량이 많이 떨어져 수면가에 허연 흙빛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을 향해 ‘물을 달라’는 아귀의 입이요. 그 잇빨처럼 처절하다.

출발 1시간 20여분만에 정상 9부능선 오른쪽 방향에서 또 하나의 벼랑 끝 바위를 만난다. 아래는 천길은 못돼도 백길을 된다. 아파트 6∼7층정도 되는 바위 두개가 갈라져 있다. 갈라진 틈이 1m가 넘어 건너뛰기가 겁나고, 이를 무릎쓰고 올라서면 광활한 산세의 시야가 200도 이상 펼쳐진다. 바닥에는 크기 1m 정도 되는 발자국모양이 있는데 신기하긴 해도 공룡발자국도, 사람발자국도 아니다. 그냥 발자국모양처럼 생겼다.

이 빌딩같은 바위를 벗어나 능선에 올라서면 숲속 숨은 곳에 허굴산 정상석이 하나 있다. 실상은 정상이 아닌데 어느 산악회에서 아늑한 곳에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용바위라고 하는데 용을 써서 올라야한다고 붙인 이름이란다. 진짜 정상은 15분을 더 진행해야 나온다. 정상석은 아니고 알루미늄으로 설치해 놓았다.

1시간 40분만에 정상에 닿는다. 조망은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봤던 것과는 다르다. 조망이 없다.

정상에서는 세방향의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직진해 가더라도 1km정도 가면 성터를 지나 왼쪽 하산길이 나온다. 원점회귀는 되지않아도 ‘장단2구마을회관’ 앞 1026번 지방도를 만나기 때문에 걸어서 출발지인 들머리로 갈 수 가 있다.

취재팀은 정상에서 이 길을 버리고 청강사방향 왼쪽 길을 따라 하산길을 잡았다. 이정표가 없기때문에 등산지도는 필수.

하산은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아기자기한 숲길의 연속이다. 계곡으로 보이는 곳에는 물이 한방울도 없다. 오랜 가뭄이 산까지도 목마르게 하고 있다. 물을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맨 끝에 이 산 최고의 미스테리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게되리라는 사실을 몰랐다.

‘땅바위’이정표. 호기심에 화살표를 따라 이끌리듯 된비알을 되치고 올랐다. 10여분을 걸어도 땅바위가 보이지 않아 실망감마저 드는데…, 그 순간, 등골을 오싹하게 하게 한 것은 땅바위가 아니라 뱀이었다. 색깔이 초록색인 화사, 일명 꽃뱀이 미끄러지듯 일행 옆을 스친다. 녹색뱀은 독이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도 놀라기는 너나 할 것없이 매한가지.

주로 논밭에 사는 뱀인데 예까지 올라온 것은 허굴산이 척박한 산이 아니라는 증거. 대개 독 있는 뱀은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해야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독을 지니게 마련이다. 휴식을 취한 뒤 출발 3시간만에 드디어 물건 ‘코끼리 바위’를 만났다.

특이한 바위다. 위치를 달리해 두세바퀴를 돌면서 수십 컷의 사진을 찍어도 느낌만큼 사진이 안나온다. 위치에 따라 코끼리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지구상에서 멸종한 맘모스를 닮기도 했다. 차리리 역설적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구름바위가 어떨까. 구름처럼 생기기도 했거니와 떠있기 때문이다. 인근 절에서 하단에 데크로 제단을 짓고 있는데 사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에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산행 막바지에 있는 청강사는 몇개의 큰 바위사이에 터를 잡아 건립했다. 입구 주변에 수십개의 장독이 보인다.

바위가 먼저고 절이 뒤에 오는 느낌이 든다. 청강스님 부도는 구형 돌 2개를 사이에 넣어 쌓았다. 정교하지 못한 것이 외려 정겹다. 절 입구 400∼500백년 된 정자나무 10여그루는 사시사철 색의 잔치를 열어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한다.

절을 떠나 논 사이 큰길을 걸어나와 장단2구마을회관 앞 1026번 지방도를 만나면 20여분을 더 걸어서 원점회귀한다. 도로에선 정수리로 쏟아지는 8월의 뙤약볕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보태져 사람을 익혀버릴 태세다. 샌드위치 신세다.

합천읍에서 대병면 대병고원 오르막길 직전 왼편에 황계폭포가는 길이 있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 개울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해발 110m에 있는 폭포가 별거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산이다. 가보면 규모면에서 압도된다,

황계폭포는 2단구조로 돼 있다. 상부폭은 15여m의 높이에 물 한줄기가 허공으로 떨어지고, 하부폭은 몇 갈래로 나눠져 바위 사면을 타고 내려온다. 상부폭이 명물이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폭포소리가 탱크소리처럼 요란하다.

남명이 이곳에서 황계폭포를 읊었다./달아맨듯 한줄기 물/은하수처럼 쏟아지니/구르던 돌 어느새 만섬의 옥돌로 변했구나/내일 아침 여러분들/논의 그리 각박하지 않으리/물과 돌 탐내고 또 사람까지도 탐낸다 해서/

허굴산지도00
허굴산지도
최창민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