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나는 흙이다
<농업이야기> 나는 흙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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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석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장)
흙이란 암석권과 대기권 사이의 부드러운 풍화지층을 말하며 유기물이 섞여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

흙 1cm가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0~1000년이 소요된다고 하니 감히 하찮게 볼 일이 아니다.

이러한 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비오면 흙탕물 튀기고 귀찮은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농업인들에게 흙은 씨앗을 심으면 싹을 돋아나게 하고 정성껏 일구면 많은 결실로 보답하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흙은 부드러우면 좋은 흙이지만 건물을 지을 땅의 흙은 단단하게 다져져야 좋은 흙이다. 이와 같이 좋은 흙이란 흙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또 관점에 따라서 다양하다. 흙은 인간에게 의식주를 해결하게 해주었으며 문명을 태동하게 하였다.

흙은 목화와 같은 자연 섬유를 생산하여 우리에게 의(衣)를 제공해 주고, 식량을 생산하게 하여 식(食)을 제공해 주며, 목재를 생산하여 주(住)를 제공해 주었다. 또 세계 4대 문명 발상지가 된 지역의 공통점은 강과 함께 주변의 기름진 흙이 존재하여 작물재배에 유리하였으며 도시가 형성되고 국가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흙은 토기, 자기 등의 생활도구와 건축에 이용되었고 예술과 문화 활동에도 활용되었다.

흙은 식물에게 물과 양분을 공급하여 식물을 기르는 단순한 기능만 하지 않았다.

무심히 밟고 지나는 흙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작은 흙덩이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지렁이와 같은 큰 생물과 선충, 곰팡이, 방선균과 세균 등 많은 미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흙은 과학적으로 유전자가 없고 스스로 증식하지 않으니 무생물임에는 분명하나 흙 속에는 많은 생물들의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생물과 미생물들은 토양에 들어온 식물이나 동물의 유체를 분해하고 물리 화학적 변화 과정에 관여한다.

흙은 물을 저장하여 지하수를 보전하게 하고 홍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오염물질을 흡착하고 정화할 뿐만 아니라 수분이 증발하면서 온도가 조절되는 효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흙의 홍수조절, 지하수보전, 수질정화, 기후순화 등의 효과가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2008년 기준으로 67조원 이라니 흙의 가치가 엄청나다.

이 뿐인가? 최근에는 흙 놀이가 아이들의 정서와 지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면역 체계까지 강화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로서 먹고 바르며 질병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황토속의 미생물 효소인 카탈라아제, 디페놀옥시다아제 등은 독소 제거, 노폐물 분해, 자정 능력이 있어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선조 갑오년 기근 시 황해도 봉산에서 진흙과 싸라기를 7:3으로 섞어 떡을 해먹고 기근을 면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는 점토를 반죽하여 먹는 식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오늘날 인간이 수많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게 한 항생제들의 대부분이 토양미생물에서 만들어 내는 물질이다.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항생제는 흙속의 스트렙토마이세스라는 미생물에서 만든 것이다. 산성백토와 카올리나이트 등은 위장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령의 머드, 러시아 바이칼 머드, 캘리포니아 클레어 머드 축제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인들은 이제 흙을 축제로 즐기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가 흙과 동일한데 이는 흙이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 일 것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란 원래 신토본래무이상(身土本來無二像)에서 온 말로 ‘사람의 몸과 흙은 본래 두 가지 모습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흙이 병들면 인간의 몸도 건강할 수 없다.
김은석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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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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