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지어 들어가니 두꺼비 업신 뫼셔라
새 집 지어 들어가니 두꺼비 업신 뫼셔라
  • 최창민/차정호
  • 승인 201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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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통예술축제 참가작품] <11>남해오실 집들이 굿놀음
우리나라의 가택신 중 업신유형은 대개 구렁이 두꺼비 족제비가 주류를 이루는데 ‘남해오실집들이굿놀음’에는 특이하게도 업신이 백두산에서 온 두꺼비 업신이다. 마을 사람들은 더 먼곳이지만 영산에서 온 업신을 귀히 여겼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기적인 놀이가 아니고 새집을 짓거나 이사할 때 시행한 이유로 명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 와서야 고증을 통해 체계화되고 있다. 제1회 경남전통예술축제를 계기로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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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오실집들이굿놀음

 


▲작품 내용

진행과장은 제 1과장(당산굿)→제 2과장(문굿)→제 3과장(마당굿=터주군)→제 4과장(성주굿)→제 5과장(삼신,조왕굿)→제 6과장(업놀이 곡간굿)→제 7과장(뒤풀이).

△제 1과장은 매구패가 마을을 돌면서 지신밟기를 한 후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나무로 가서 제사를 올린다. 유교적 제의를 하고 매구패가 간단한 당산굿을 한다. 이후 집들이를 할 집으로 향하고 이때 새집에서는 가족들이 마당에 자리를 깔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성주신과 조왕신을 위한 제상을 차려놓고 매구패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제 2과장은 집 대문에 이르러 대주는 가족에게 매구패가 왔다는 소식을 전한다. 가족이 매구패를 맞이한다. 상쇠와 매구는 문굿과 사설을 주고받으며 문굿을 한다.

2과장 문굿소리 /쥔 쥔 문여소 얼른얼른 문여소/(중략 )문 안열면 갈라요. 복들어가니 문여소/로 소리한다.

△제 3과장 성주굿은 주인이 대문을 열면 매구패와 기수가 먼저 대문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한바퀴 돌고 기수는 초가집 큰채 옆에 서고 동네사람들은 잔칫상으로 간다. 매구패는 상쇠를 선두로 마당한복판에 들어가 한바탕 논다. 잡색들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분위기를 돋우고 매구패는 어울림굿→길굿→거듭나기굿→삼채굿→춤굿→사채굿→덧배기굿→개인다드래기 등으로 한바탕 논다. 벅구는 자반뒤집기를 하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 4과장은 매구패의 마당 판굿이 끝나면 주인의 안내를 받아 대청마루에 준비된 제상앞으로 가 성주굿을 한다. 최고의 가택신인 성주신에게 빚안의 흥왕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사설을 읊는다. 이때 사설은 /성주나 본인 어덴고/(후렴구)어여라 성주여! 경상도 오실땅(후렴구)/제비원의 솔씨를 받아/(후렴구)/소평대평 뿌렸다네/(후렴구)/청장목이 되었구나/(후렴구)/황장목이 되었구나/(후렴구)/천년이나 울리소/(후렴구)/만년이나 울리소/(후렴구)/ 앞을 보니 천석꾼/(후렴구)/뒤로 보니 만석꾼/(후렴구)/천석만석 쌓아놓고/(후렴구)/천년백년 누리세/(후렴구)#후렴구는 어여라 성주여!

△제 5과장 성주굿 후 부엌문 앞으로 가서 삼신 조왕굿을 한다. 삼신은 자녀의 출생과 육아 그리고 성장을 담당하는 신 안방에 모시고 자손의 출세와 번영을 담당하는 조왕신은 정화수로 부뚜막에 모시지만 매구패의 지신밟기에서는 삼신과 조왕신을 함께 위한다.

집들이굿놀음에서는 업신을 곡간에 모시는 업놀이와 고방굿을 한다.

→조왕굿 소리 /성주 조왕님네/ ‘어∼이’ /이댁 가정에 운수 대통하여/ 잡귀잡신 다 몰아내고/ 명복일랑 들어 주소/ 아들 낳거들랑 서울로 보내고/딸을 낳거든 경상감사 사위 삼으소/

삼신조왕굿이 끝나면 마당으로 나와 한바탕 노는데 이때 동네사람들도 나와서 같이 노래부르며 춤을 춘다. 이어 잔칫상에 가서 술과 안주로 목을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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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오실집들이굿놀음


△제 6과장(업놀이와 곡간굿)

잔칫상에 있는데 대문 쪽에서 누군가 주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접살을 쓴 두꺼비 모양의 물체가 나타난다. 이때 업잽이가 문밖으로 나간다. 사람들은 업과 업잽이를 지켜보면 잡담한다. 눈코입도 없는 이상한 물건이네. 동물이냐. 사람이냐. 늑대냐. 여시냐. 하고 한마디씩 내뱉는다. 매구패의 포수가 ‘업’이라고 하자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며 절을 하고 대문 안으로 모시려한다. 하지만 업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시 정성을 드리고 춤을 추며 환영하면 업이 서서히 대문으로 들어온다. 업을 보고서는 ‘지리산 금강산 등 어느 산에서 왔느냐’고 물어본다. ‘백두산에서 왔느냐’고 재차 물으면 업이 쪽다리와 주게를 흔들며 ’그렇다’고 한다. 이때 동네사람들은 영산에서 온 업을 반기며 춤도 추고 업도 같이 춤을 춘다. 춤을 멈추면 업잽이가 주안상을 업에게 차려놓고 대주 안방마님 아들 며느리 딸 사위 등 모두가 업에게 술잔을 올린다. 이어 업신이 거처가 되는 곡간으로 들여보내고 곡간굿을 한다.

→곡간굿소리 /한섬을 쌓고 나면/열섬이 되게 하소/열섬을 쌓고 나면/천만석이 되게 하소/ 좀벌레도 막아주고/쥐즘생도 막아주소(후략)

△제 7과장(뒤풀이)

오실마을에서 집들이를 할때 가신들을 위한 굿과 함께 업신을 모시는 놀이를 했는데 이유는 오실마을이 인구에 비해 농토가 부족했으며 식량이 모자랐다. 궁핍한 삶을 극복하고자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재복의 업신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행위가 민속놀이로 나타났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매구패와 어울려 집안의 부귀영화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놀이판을 늦게까지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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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오실집들이굿놀음

▲유래와 전승과정

오곡은 마을 뒤편에 세마리의 봉황이 앉았다는 삼봉산이 있고 옆으로는 관음포 바다가 길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지금부터 약 560여년전인 단종 2년(1454년)에 제주 고씨가 입동하여 거주하면서 마을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곡인 까닭은 옛날에 오동나무가 많아 오실이라고 불렀는데 훗날 오곡으로 개명했다.

마을 뒷산에는 달성 서씨 묘 7기가 있고 북풍을 막기 위해 서별감이라는 사람이 쌓았다는 토성이 남아 있다. 세종 25년에 참봉 정회영이 오실마을에 ‘집들이 굿놀음’이라는 민속놀이가 전승되고 있는데 정확한 기록이 없어 구체적인 내용은 알수가 없다고 했다.

다만 오래 전부터 새집을 을 지어 집들이를 하면서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나무에 당산굿을 먼저하고 다음에 이사할 새 집 ‘가신’을 위해 굿을 했다고 전한다.

성주굿과 삼신, 조왕굿을 한 후 집안의 재물을 관장하는 ‘업신’을 모시는 특별한 굿놀음을 했는데 이 놀이가 집들이 굿놀음이다.

우리나라는 가택신 중 업신유형은 대개 구렁이 두꺼비 족제비 등인데 오실굿놀음에 등장하는 업신은 먼 백두산에서 온 두꺼비 업신이다.

정기적인 놀이가 아니라 새집을 짓거나 이사 할때 시행한 민속신앙으로 흔하지 않은 것이 특징 그러나 끊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승됐다.

1992년 정정해씨가 새집을 짓고 집들이 굿놀음을 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당시 업잽이 역할을 했던 박삼영(65)씨가 2005년에 입택굿업놀이에 대해 구술 자료를 제공해 고현면지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단절될 것을 우려가 있어 2006년도에 입택굿업놀이보존회를 결성해 전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원형에 대한 고증이나 구체적인 검증 없이 2009년과 2011년도경남민속예술축제에 미완의 작품을 갖고 참가해 부정적 평가를 받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이에 정의연 남해역사연구회장은 2012년부터 지역노인들의 증언과 민속학자의 의견을 토대로 놀이의 원형을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해 2013년 오실집들이 굿놀음의 원형을 되살리게 됐다. 오실집들이 굿놀음보존회(회장 심한섭)는 지역전통문화보존과 전승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혁을 보면 2005년 남해군 고현면지 민속분야에 입택굿업놀이로 기록됐고 2006년 오곡입택굿업놀이 보존회가 창설됐으며 2012년 ‘남해 오실집들이 굿놀음’으로 개칭했다.

2009년 2011년 2013년 경남민속예술축제에 출품됐다.

▲특징

남해오실집들이 굿놀음의 특징은 남해전통매구가락 즉, 옛 남해화방사 중 매구패가 성행했던 곳의 전승이라는 점이다.

구렁이 족제비 두꺼비 등 다른 업신과는 달리 우리의 영산이라고는 하지만 멀고 먼 곳인 백두산 업신을 봉안하는 것은 특이하다.

업 대상이 두꺼비이다.

당산굿 문굿 판굿 성주굿 조왕굿 등을 하지만 업신을 모시는 행위와 개인 집들이는 물론 마을 안녕과 번영을 함께 기원하는 ‘둘개정신’(농민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 즉 ‘두레’의 다른 말)의 공동체의식 선양이 돋보인다.

▲만드는 사람들

△깃발 -단체기- 남해오실집들이 굿놀음 보존회-농기- 농자천하지대본 ‘령’기 가 있고 △마을 매구패 △대주, 안방마님, 아들 며느리가 있다.

△마을사람들 △업과 업잽이 △당산굿(당산나무 제물) 성주굿 곡간굿 상 및 제물 △초가사간(부엌 큰방 대청마루 작은 방)곡간(우측)대문과 담장 △금줄과 황토가 있다.

▲고증 및 지도위원 정의연, 회장 심한섭, 부회장 심정엽, 사무국장 이긍기, 총무 정정해

△업 정용달 △업잡이 박삼영 △대주양반 임세열 △안방마님 정정악 △큰아들 심한섭 △큰며느리 하성자 △양반 정갑성 △포수 김춘성 △양반/각시 전경자 △포수 각시 양순자 △기수 차민영 채명석 서주영 최원태 △치매꾼 박동귀 △상쇠 이긍기 △중쇠 신태성 △끝쇠 강금동 △징 신홍식 정영범 정지두 △북 정정해 이선심 윤의엽 오은자 송윤길 △장고 황수자 박인숙 장영주 김정준 임창동 박연순 이우심 △소고 구남효 정원두 △동네사람 심정엽 채순덕 고형범 이옥성 고선표 유춘순 유순엽 홍귀덕 정정엽 이순자 김석남 정정심 박삼순 유길영 최영애 백찬수 하영호

자료 제공=남해오실집들이 굿놀음보존회·(사)경남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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