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난적(斯文亂賊)
사문난적(斯文亂賊)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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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성인의 도(道)를 가리켜 사문(斯文)이라고 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사문이란 말을 언급한 것이 딱 세 번이다. 하늘이 장차 ‘이 글(斯文)’을 없애고자 한다면 뒤에 죽을 내가 ‘이 글’에 간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이 ‘이 글’을 없애지 않으니 광 땅 사람이 나를 어찌하겠는가?(天之將喪斯文也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天之未喪斯文也匡人其如予何:논어 자한편)

▶성리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 사문난적으로 몰리면 살아남지 못했다. 송시열의 노론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회암(晦庵)의 논어 주해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었다. 숙종 때의 학자 윤휴가 논어를 독자적으로 해석하자 송시열은 ‘주자가 모든 학문의 이치를 이미 밝혀 놓았는데 윤휴가 감히 자기 의견을 내세워 억지를 부리니 진실로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고 몰아붙였다. 윤휴는 북벌(北伐)을 주장한 개혁적인 인물이었는데,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었다.

▶북한은 지난 6월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 10대 원칙’을 개정했다. 이 원칙에는 ‘김씨 일가’의 정권 세습을 명문화하고, 공산주의 표현을 뺀 대신 ‘주체혁명 위업의 완성’을 삽입했다. 자본주의 바람의 유입을 차단하는 조항을 끼워 넣고, 당 간부조차도 견제할 수 있게 했다. 무산자계급에 대한 의미도 사라졌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김일성 왕조 국가’임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리학의 사문난적은 서양문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위정척사(衛正斥邪)로 발전해 조선사회를 은둔의 나라로 몰고 갔다. 북한은 조선사회 말엽의 상황을 그대로 본받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 김일성 왕조체제에 반기를 들었다가는 살아남을 주민은 없다. 역사에서 배워 깨닫지 못하고 온전하게 견뎌낸 정부는 일찍이 없었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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