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에 대한 관심과 지원
119에 대한 관심과 지원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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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재난 수준의 무더위가 오랫동안 계속된 올 여름은 119 구조대원들에겐 고난의 시간들이었다. 산에서 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피서철은 119 소방공무원들에겐 평상시보다 더욱 힘든 시기이다. 그렇지만 이 기간 외에도 119 서비스 공급에 대한 과부하는 연중 내내 지속된다. 왜냐하면 119 서비스의 공급역량에 비해 수요의 양적·질적 증가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한 119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전방위적 수요가 증가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또 한편으론 무리하고 지나친 구조신청도 한몫을 하고 있다. 폭우예보에 따른 입산금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 조난을 당하는 등 무의식도 문제의 원인이다. 등산 시 가벼운 부상에도 구조신고를 하여 헬기가 동원되는 등 한정된 구조장비를 응급하지 않은 상황에 출동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는 사적인 비용을 부과시키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합치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의식이 선진화되어 있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119 서비스는 치명적 위험이 항상 따르는 특수한 업무이다. 최근에도 김해소방서 소방관이 화재진압 도중 안타까운 순직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은 119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의 취약성과 관계가 있다. 이번 사건도 교대인력 부족으로 무리한 진압활동을 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란 분석이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극단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에 대한 처우개선과 소방 장비에 대한 예산지원이 관성적으로 반짝 주장되고 논의되어 왔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순간적 관심이 가시적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도 소방을 단순하게 화재진압으로 보는 무의식과 함께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체들에 대한 소방공무원 조직과 지원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데에도 기인한다. 실제로 공무원 사회에서 소방공무원이 내는 목소리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며 기관 간의 예산경쟁에서도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119가 정부기관 간의 예산 극대화 게임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시민사회에서 119를 지원하는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119에 대한 최대 세력은 고객인 시민들이다.

소방공무원에겐 다른 직렬의 공무원에 비해 높은 조직 충성도가 요구되기도 한다. 이것은 119 업무가 위급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기 때문이다. 119 대원들은 화재와 재난현장에서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일반 공무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스트레스를 겪는다. 간혹 긴장감 때문에 대원 간에 평상시에는 발생하지 않는 비정상적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군대가 아니면서도 군대에 준하는 조직문화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위험이 따르는 업무의 난이도에 비해 보상수준은 낮은 편이다. 소방공무원보다 더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면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직자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의 119에 해당하는 미국 911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는 직업군 중 가장 높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수준도 다른 공무원들의 그것에 비해 차별화된다. 한국에서도 소방관에 대한 직업 신뢰도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보상과 위상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젠 직무 관련 사망률이 미국의 3배인 한국 소방관들에게 직무상 재해로 인한 보상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비롯해서 적극적 처우개선이 있어야 한다.

안전도 중요한 복지이다. 따라서 119 서비스에 대한 자원투입은 시민들의 복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납세자인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는 일상적 삶의 현장에서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119에 대한 제도적 관심과 예산배정의 우선순위는 높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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