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고독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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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스님 (단속사)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므로 TV나 라디오조차 없는 깊은 산속에서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홀로 생활을 한다.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으로 외롭거나 두렵다는 마음이 들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 속에 막막한 고독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고독을 즐겨라’는 성인의 말씀을 되새기며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한다. 고독이 은밀하게 전해주는 의미를 가다듬어 본다. 마음의 눈으로 자연을 보고 마음의 귀로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말 없는 말로 자연과 대화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면 고독은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독이 전해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죽어 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숲속의 한 그루의 나무가 홀로 서 있듯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서로 마주치며 살아가지만 결국엔 홀로 고독한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철저하게 자신을 응시해 ‘자신을 이끄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에 끊임없이 근원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고독은 명상을 하면서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근본적인 자기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눈을 뜨면 마주하는 자연의 품속에 다가가서 끊임없이 소리 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자연의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깨어 있는 의식을 마음에 담으면 순간순간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탄력 있는 생활을 하게끔 한다.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생활하는 것은 고독을 통해 더욱더 큰 세상을 만나게 하고 더 큰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자연이 전해주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으면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면서 더욱 성장하는 나무가 바로 자신이다.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토양속의 물이 증발되는 것을 방지해 다른 나무와 식물들을 잘 살아가게 도와주는 잡초가 바로 자신이 되며 대지를 적셔 뭇 생명들을 발아시키는 빗방울이 자신이 된다. 잠자고 있는 맑은 영혼을 깨워 밝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바람이 자신이 되고 추운 겨울에 집착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동물 같은 삶이 아닌 힘들고 쓸쓸한 이웃들에게 사랑과 연민이 깃들어 있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나눔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눈이 자신이 된다.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냇물이 바로 자신이 된다. 비난이나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무게 있는 행동을 하게 하는 바위가 자신이 된다.

그러므로 세속의 근심과 걱정을 씻어내리고 고독의 깊고 깊은 뜻을 헤아리며 마음 닦는 길을 가르쳐 주는 위대한 큰 스승인 산에서 많은 것을 배워 자신이 또 하나의 큰 산이 된다.

깊은 산속에서 홀로 생활을 하면 가족이나 지인의 사소한 인정에 끌리지 않고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법을 깨닫게 된다. 수행자의 몸과 마음을 흐트러지게 하는 것을 느낄 때는 미련 없이 바랑을 어깨에 걸치고 또다시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간다.
무주스님 (단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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