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 토론 문화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 토론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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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의식구조나 가치관의 상이함에서 어느 사회든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옳고 그름은 사람들이 처한 위치나 이해관계, 사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 옳은 게 상대 입장에서는 틀릴 수 있는 것이다. 사회공존 모색과정에는 이 사실을 잊지 말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양보와 공유개념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빈번한 특검이나 국정조사 주장으로 스스로 권위를 상실하고 있고, 사회는 아직 이념, 공공정책 목표간 갈등이 원만히 관리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표출되며 갈등의 목표도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 정부효과성 지수, 지니계수 변수로 측정한 사회갈등지수는 한국 0.72로 1.27의 터키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하다. 사회갈등 비용 82조∼246조원, 지역-노사-이념-공공정책 목표간 갈등 물리적으로 표출되는 사회, 대타협-분쟁조정 강화가 시급한 것이 우리 사회다.

옳고 그름은 상대적인 것, 잊지 말아야

국가의 지속적 발전과 국민 삶의 행복은 그 국가사회의 갈등관리에 달려 있다. 사회갈등 관리나 해결을 위해서는 토론을 통한 의견교환으로 중재와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과정을 통한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짐에서 가능하다. 이 과정에 건전한 토론문화의 활성화와 정착은 중요하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사회 안전망 구축과 확보에 기능하기 때문이다. 토론은 토론과정에 있어서 인격과 양식, 설득논리가 중요하고 차선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가 소개된 적이 있다. 멍크 디베이트는 캐나다 금광재벌 피터 멍크가 세운 오리아재단이 지난 2008년부터 주최하는 글로벌 토론회 명칭이다. 국제 현안을 두고 1년에 2회 캐나다 토론토에서 세계 정상급 지식인 2인 2개조가 일종의 ‘토론 배틀’(debates battle)을 벌인다. 2시간여 토론 후에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은 청중이 찬반투표로 자신의 의사표시를 해 그 주제에 대한 승패를 나눈다. 대개 2000~3000명의 청중에게 주제에 대한 찬반논리와 주장을 모두 듣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사표시를 해 그 논제의 향후 전망을 가늠한다. 멍크 디베이트는 고급 토론문화를 함축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사회갈등 관리와 표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시민운동이다. 더욱이 시장경제의 세계화가 확대되고 국민국가의 역할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국제적·지역적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시민단체가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사회 물질적 기반의 향상이다. 복지, 평등, 환경, 여성, 교육, 지방자치, 의료, 교통, 인권 등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제고로 이러한 이슈들을 담당하는 시민단체들이 대거 결성되는 배경을 이뤘다. 그리고 한국정치가 상이한 계층적, 기능적, 직업적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운동이 국가와 국민을 직접 연결하려는 특징을 가지는 데서 비롯된다.

토론, 갈등관리 체계성 확보 고민해야

시민운동은 의사소통적으로 문화를 전수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며 개인을 사회화시키는 생활세계의 변형은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과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삶의 정치’의 의제들을 다루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 여성, 평화, 인권운동은 서구사회에서는 물론 우리사회에서도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시민운동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제도적·의식적 변화를 집단적 실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신사회운동이 추구하는 이상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사이에서 자기정체성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실현가능한 대안을 적극 모색하는 것, 이것이 우리 시민운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단체들이 진보적 시민단체로서 건전한 토론문화를 전제하지 않고 활동할 경우 사회갈등 관리의 체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토론문화는 당위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자에 대한 다양한 확인으로 공유의 폭을 넓히는 토론은 절대선이나 절대악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기 기준을 내려놓으면 옳고 그름은 본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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