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취호탈(巧取豪奪)식 비유”의 서울시 모방 등축제
“교취호탈(巧取豪奪)식 비유”의 서울시 모방 등축제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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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축제는 그 역사성과 고유성은 어느 지방과도 다른 독특한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등(燈)을 주제로 하는 축제를 놓고 진주시와 크게 갈등하고 있다. 진주의 유등축제는 420년 전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에서 유래한 남강 유등으로 ‘등 원조(元祖)의 주인’이다. 진주 시민들은 지난 2008년에 서울시가 방문의 해를 맞아 진주 등을 빌려 청계천에 등축제를 개최한 것을 빌미로 진주고유의 축제를 베꼈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서울시는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청계천 등축제는 진주남강유등축제와 비교할 때 소망등 터널, 캐릭터, 고정등, 전시 등 주요 전반의 포맷과 프로그램들이 거의 비슷했다. 진주시는 64년 전통의 축제를 서울시가 3년 전부터 베꼈다고 주장이다. 진주시는 척박한 여건에서 역사성으로 성공시킨 지역축제를 모방하는 건 ‘수도서울의 횡포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창희 진주시장, 하계백 진주상공회의소 회장, 시의회, 장애인단체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또는 단체에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 등축제 중단운동이 전방위적 릴레이 시위와 1만 시민의 궐기대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간 서울시의 입장발표를 지켜본 진주시민들은 ‘오만함에 또 한 번 분개’하고 있다. 이 시장의 1인 시위 이후 서울시의 문화관광디자인 본부장이 진주시의 대표축제 발전과 명예회복을 위한 일련의 행동을 비방·왜곡으로 단정지은데 이어 “법적 검토를 마친 결과 명예훼손에 해당되지만 상생차원에서 유감표명으로 마무리 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진주시가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 잘못을 인정하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행위를 지켜본 진주의 서울 등축제 반대 비상대책위와 시민들은 ‘적반하장’이라며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주시민들은 “남강유등축제가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하기까지 피와 땀을 흘린 지역민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작됐는데 이를 두고 비방·왜곡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3년 전에 서울시의 ‘감언이설’에 속아 등 제작을 비롯, 등축제 노하우를 빌려 준 것이 잘못이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남강유등축제는 ‘중소도시에서 십 수 년 동안 가꿔온 지역 대표축제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가 모방한 것도 모자라 이제 연례화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겠느냐”며 “이는 인구는 진주 35만의 30배, 예산은 1조원의 23배인 서울이라는 ‘양육강식의 갑의 횡포’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시민들은 중단이 관철될 때까지 상경집회뿐 아니라 서명운동, 타 지역과의 연계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내용면서 ‘진주 것을 베낀 짝퉁’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남강유등축제는 2012년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한국 대표축제로 지정됐고, 세계축제협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빛 축제에 한국의 전통등 20여기와 소망등 2700개를 지난달 30일 선적, 3개월간 나이아가라폭포에 전시하는 세계 속의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진주의 특성을 잘 살려 기획한, ‘진주시만의 독창적인 지식재산권’이다.

지난 2002년 처음 선보인 진주남강유등축제는 10월이 되면 황홀한 밤 유등 빛으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남강의 유등축제를 모방한 청계천의 등축제를 계속한다면 갈등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서울등축제 대응 진주 비상대책위는 “누가 봐도 서울등축제는 전체적인 골격이나 행사 프로그램 대부분을 남강유등축제를 직접 모방해 베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수도 서울이 체면도 없이 진주 고유의 유등축제를 베꼈다’란 말을 들을 것이 아니라 설사 억울한 구석이 있다해도 지자체의 ‘맏형’으로서 용단을 내리길 바란다. 강행 때는 전국 자치단체의 큰 반발을 살 수 있다. 서울시가 진주 유등축제의 모방은 인구, 예산 등 여러 정황을 보면 ‘정당하지 않은 교묘한 수단으로 빼앗아 취한다’는 뜻인 중국 송나라의 “교취호탈(巧取豪奪)식 고사에 비유될 수 있다”고 보는 시민들도 있다. ‘대권 꿈’이 있는 박원순 시장은 진주시의원들과 몸싸움 등 억지를 부리는 것보다 진주시장의 TV토론 제의와 면담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통 크게 등축제를 포기, 끝내는 것이 옳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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