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 유감
전자입찰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맹해영 (경남문화관광연구원장, 경영학박사)
고대 그리스의 바빌로니아에서는 여자의 몸값에 대한 경매입찰이 이뤄졌고, 로마제국에서는 입찰을 통해 전리품을 처분했다고 한다. 현재는 입찰대상이나 방식이 크게 변화되고 전자화돼 조달시스템에 의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시대로 진화했다.

법률용어 사전에 의하면 경쟁계약의 경우 매수 희망자로 하여금 자기의 청약가격을 문서에 기재해 이것을 제출하도록 하고 최고가격 청약자에 대하여 낙찰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가격이다. 가격이 낙찰의 결정요인이 될 경우에 동반되는 부작용은 제품의 품질이다. 제품의 품질수준이 유사하다는 전제조건에서 가격을 저가로 낙찰되게 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합당하다. 그러나 제품에 대한 품질수준의 유사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지적 노동력이 투입된 생산물은 우선 품질에 대한 검증이나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현재 지적 생산물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이 사전 평가를 하고 있긴 하지만 가격의 결정요인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찰(入札)은 표찰(札)에 자기의사를 표시해 넣는다(入)는 뜻이다. 자기의사 표시는 자기의 제공능력인 품질의 가치와 가격이 포함돼 있다. 입찰에서 시장제공물의 가치와 가격 가운데 어느 것을 결정요인으로 하는가는 국가의 대외경쟁력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입찰에서 가치 우선정책이 실행될 때 기업이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기업 간에 가격경쟁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가치경쟁 정책은 최고가치를 지향하지만 가격경쟁 정책은 최저가격을 지향해 기업의 창의력을 저해하고 제품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

지금 우리의 공공구매 전자입찰은 사업기회의 균등과 공무원의 비리척결이라는 합리성에 묻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간에 사업에 대한 정보전달이 차단되고 있으며 창의력이 있는 소규모 신생 기업이 입찰에 응하기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그리고 사업자의 경우 공공기관과 관계마케팅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관계마케팅에 대한 기회박탈은 기업의 영업력을 차단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고용불안을 유발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창의력이 생명이다. 제품의 가치 경쟁력은 기업의 창의력에서 나온다. 정부는 창의력을 통해 경쟁기업과 품질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생존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적 노동력이 투입된 제품의 경우 기업의 규모는 작지만 창의력이 있는 기업이 응찰할 수 있도록 응찰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창의력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창의력 있는 일자리는 창출되게 될 것이다. 정부의 공공구매 방식의 하나인 전자입찰제도가 창의적인 기업의 생존능력을 저해한다면 이는 곧 국가산업의 대외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맹해영 (경남문화관광연구원장, 경영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